이찬우 前금감원 수석부원장, 농협금융지주 차기회장 내정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58·사진)이 내정됐다. 이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차관보 등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로 꼽힌다. 탄핵 정국에서 정부, 국회와의 긴밀한 소통으로 5대 금융지주인 농협금융의 안정과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농협금융은 2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 전 수석부원장을 차기 농협금융 회장 후보로 내정했다. 다만 이 내정자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대상이어서 즉시 선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내정자는 다음달 24일 취업심사를 거쳐 내년 2월 3일 농협금융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농협금융 사령탑 이찬우 수익·건전성 개선 숙제
정권 교체기 때 경제정책 지휘…'탄핵 정국' 정부와의 소통 기대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58)이 내년부터 2년간 자산 550조원 규모의 농협금융지주를 이끌 8대 회장으로 27일 내정됐다. 농협금융은 이석준 회장 후임으로 다시 관료 출신 인사를 택했다. 2012년 농협금융 출범 이후 내부 출신은 신충식 초대 회장과 6대 회장인 손 회장 두 명뿐이다. 나머지 회장(신동규 임종룡 김용환 김광수)은 차관급 이상 경제관료 출신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농협금융 회장 인사는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의 의중이 절대적”이라면서도 “농협 정책을 뒷받침하는 농협중앙회 특성상 정부와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애초 농협금융 안팎에선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62)이 농협금융 차기 사령탑으로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회장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내정자는 당장 내년 1월부터 공석이 될 농협금융 회장 취임이 불가능해서다. 이 내정자가 2022년 7월 금융감독원에서 퇴임한 이후 3년이 지나지 않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이날 차기 회장 후보들의 프레젠테이션(PT) 면접 이후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뜻을 모았다.이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2월 기재부 차관보로 승진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2년 가까이 차관보직을 유지하며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했다. 정권 교체기에 경제 정책을 이끈 관료 출신으로 8년 만에 재현된 탄핵 정국에서 국회, 정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바탕으로 농협금융의 안정, 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꼽혔다는 후문이다.

농협금융 수장에 오르는 이 내정자는 농협은행에 편중된 이익 구조 개선과 건전성 확보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올 3분기까지 농협금융 당기순이익에서 농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1.5%에 달했다. 경기 침체와 금리 하락 여파로 농협금융의 수익성, 건전성이 악화하는 점도 걱정거리다. 농협금융의 부실대출 비율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작년 3분기 말 0.49%에서 올해 3분기 말 0.64%로 뛰었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같은 기간 1.9%에서 1.8%로 악화했다.

농협금융은 이석준 회장의 임기가 올 연말까지인 것을 감안해 내년 1월 1일부터 이 내정자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거쳐 2월 3일 회장으로 공식 선임되기 전까지 이재호 농협금융 전략기획부문 부사장에게 회장 직무대행을 맡기기로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