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킨 '탄핵 블랙홀'…초유의 '대대행' 체제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안 가결…초유의 '대대행' 체제

與 "원천 무효" 표결 불참…국정공백 사태 현실로
巨野, 후임 권한대행 최상목 부총리 탄핵 가능성도
< 與 반발 뒤로…이재명 대표의 미소 > 2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단체로 항의하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투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의결과 관련해 우 의장이 의결 정족수를 재적 의원 과반인 151석으로 정하자 국민의힘 의원은 일제히 의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다. 이들이 “원천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는 동안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표결이 이뤄졌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3일 만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 가결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초유의 국정 공백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행법에 따라 후임 권한대행을 맡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야당이 추가 탄핵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회는 이날 오후 3시 본회의를 열어 재적 의원 300명 중 192명 참석, 참석 인원 전원 찬성으로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의결 정족수는 국무총리 기준인 ‘재적 의원(300명)의 과반수(151명) 찬성’이 적용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표결에 앞서 “의결 정족수에 대해 일부 의견이 있다”면서도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은 직의 파면을 요구하는 것이고 이 안건의 탄핵소추 대상자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해 행사하는 국무총리”라고 밝혔다.당초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만큼 대통령(재적 의원의 3분의 2 찬성·200명)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은 의장석 앞에서 ‘원천 무효’ ‘직권남용’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다가 표결을 거부하고 집단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와 소추의결서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 3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날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탄핵안 가결 직후 “여야 합의를 청하는 말씀에 야당이 합리적 반론 대신 이번 정부 들어 스물아홉 번째 탄핵안으로 답하신 것을 제 개인의 거취를 떠나 이 나라의 다음 세대를 위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더 이상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직무를 정지하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및 국무총리 직무대행직을 모두 수행하게 됐다.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가 현실화해 행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면 또다시 탄핵에 나선다는 입장이어서 경제 컨트롤타워가 모두 붕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소람/한재영/양길성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