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턱밑까지 추격한 한국 수출액…내년 전망은 '흐림'

글로벌 수출국 6위로 껑충…일본과 202억 달러 차이
부산항 신선대, 감만부두에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올해 한국과 일본의 수출액 격차가 역대 최저 수준인 202억 달러까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내년에는 수출 호실적이 이어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한국무역협회가 일본 재무성의 수출액 잠정치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11월 한국의 대세계 수출액은 6223억8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수출액이 9% 증가했다.일본은 6425억9800만 달러를 기록, 격차는 역대 최저치인 202억1200만 달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일 수출액 격차가 200억달러 수준으로 좁혀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양국의 수출액 격차는 2010년 3036억 달러에서 2013년 1552억 달러로 줄어든 이후 2021년 1116억 달러까지 8년간 1000억 달러대를 유지했다. 2022년 632억4000만 달러, 지난해 850억3500만 달러를 거쳐 올해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세계 10대 수출국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 8위에서 두 계단 뛰어오른 6위에 올랐다. 일본은 최근 3년간 5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전체 수출의 54.9%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중국·아세안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수출 실적이 개선됐다.

한국무역협회는 "IT 경기 회복으로 한국 반도체·컴퓨터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화장품·의약품 등 품목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확대된 점이 일본과의 수출액 격차를 좁히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반면 일본은 주력인 자동차·조선·중간재 등 산업이 중국과 한국 등의 도전으로 고전하고 있고, 주요 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메이드인 재팬' 제품의 수출량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엔화 약세 흐름에도 수출 증대 효과가 제한적인 것도 해외 생산 확대와 맞물린 일본 내 제조업 기반 약화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 기업들의 해외 생산이 늘어나면서 엔화 약세가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무역협회가 분석한 올해 1∼9월 일본의 수출 둔화 품목에는 석유제품(-16.9%), 내연기관(-17.4%), 이차전지소재인 산화금속산염(-22.6%) 등이 포함됐다. 수출 금액이 1조엔 이상인 '불도저 등 건설기계'와 '평판압연제품'도 각각 6.6%, 4.0% 감소했다.

다만 일본의 수출 감소 현상이 한국에서도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는데다, 한국 기업들도 미국과 유럽, 동남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도 국내 생산 기반을 약화하는 요소다.당장 내년에도 수출 증가율이 1~3% 내외로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무역협회는 내년 수출입 전망에 대해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등 수출은 올해 이상의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실적이 좋았던 자동차 수출의 역기저 효과와 해외 생산량 증가, 석유제품의 유가 하락 등으로 수출 하방 압력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