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레이크 "걸음마부터 함께한 17년, 70세까지 더 커야죠" [인터뷰+]
입력
수정
밴드 데이브레이크 인터뷰2024년 가요계를 대표하는 말 중 하나는 '밴드 붐'이었다. 잔나비, 데이식스, 엔플라잉, 실리카겔, 루시, QWER 등의 음악이 큰 사랑을 받았다. 지금에 이르러 한국 밴드 시장이 주목받는 데에는 묵묵히, 그리고 꿋꿋하게 기반을 다져온 이들이 있었다.
새 소속사서 앨범 '세미콜론' 발표
17년 활동 마침표·계속될 여정 담아
콘서트도 개최 "공연장 뚜껑 날려버릴 것"
올해로 데뷔 17주년을 맞은 데이브레이크는 최근 불어닥친 밴드 음악의 인기에 대해 "너무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준비 중인 밴드들이나 조금은 멈춰있던 기존 아티스트들이 더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좋은 촉매제가 될 수 있는 반가운 일인 것 같다. 이 분위기가 더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 더 많은 스타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후배들의 활약에 불안감은 없냐고 묻자 김선일은 "우린 한 명도 불안해하는 게 없다. 오히려 너무 반갑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장원은 "난 불안함도 살짝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다른 친구들이 너무 잘해서 우리도 여기에 발맞춰야 한다는 조급함도 조금 생겼다. 충분히 자극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선일은 데이식스를 언급하며 "형이다. 형"이라고 재치 있게 말하기도 했다. 데이식스는 최근 K팝 밴드 최초로 고척스카이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이원석은 "고척돔에서 공연하는 밴드가 나오다니, 그들이 어떤 길을 걸을까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우리도 같이 가야 의미가 있지 않겠나 싶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핫'한 밴드도 있을 거고, 오랫동안 여길(밴드 신) 지키고 있는 사람도 있을 거고,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어느 정도의 밸런스가 맞춰지면서 이 신이 오래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밴드 붐'이 왔다고 해서 메인스트림이라고 하긴 어렵지 않나. 이 시기를 잘 버티고 서로 으쌰으쌰 해준다면 메인스트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생각을 전했다.데이브레이크에게 올해는 '도전'의 해였다. 2010년부터 동행해 온 소속사를 떠나 미스틱스토리에 새 둥지를 틀었고, 조금은 색다른 스타일과 작업 방식이 가미된 신보 '세미콜론(SEMICOLON)'을 발표했다.
먼저 소속사 이적에 대해 김선일은 "회사와의 관계도 좋았고 정도 많이 들어서 굉장히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 너무 젖어있는 듯한 느낌이 오랫동안 들었다. 그 당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다 같이 모였고, 진지하게 고민했다"면서 "전에 있던 회사 분들과도 같이 상의해서 아름답게 집을 잘 옮긴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게 미스틱스토리에서 낸 첫 결과물인 '세미콜론'은 데이브레이크의 현 상황을 잘 담아냈다. 하나의 마침표와 쉼표로 이루어진 '세미콜론'을 통해 17년간의 활동에 '마침표'를 찍고, 앞으로 '계속될' 데이브레이크의 여정을 녹여냈다.이원석은 "세미콜론이 가지고 있는 걸 둘로 나누면 마침표와 쉼표다. 쉼표를 통해 지난 시간에 대해 설명하고, 마침표로 지금까지의 데이브레이크를 일단락하고, 세미콜론으로 우리가 덧붙일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낸 거다. '세미콜론'이 무언가를 덧붙일 때 쓰는 문장 기호라 그간 못다 한 이야기들을 최대한 덧붙이려고 했다"면서 "데이브레이크의 어제, 오늘, 내일을 다 맛보실 수 있는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앨범은 더블 타이틀곡 '세미콜론', '올드 앤 와이즈(Old & Wise)', '리듬(Rhytnm), 이 밤은', '영원하라' 총 4곡으로 이뤄져 있다. 평소 곡을 다 써오던 이들이 타이틀곡 작사만 맡고, 작곡은 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와 관련해 이원석은 "새 프로듀서와의 협업은 미스틱스토리 합류 이전부터 우리끼리 상의했던 부분이다. 시도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데이브레이크를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분들이라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타이틀곡 '세미콜론'은 그간 밝고 희망찬 곡을 주로 해온 데이브레이크가 선보이는 단조 구성의 팝 록이다. 담담하게 이어가는 절제된 보컬과 그 위로 떨어지는 애절한 스트링, 리드미컬하고 밀도 높게 들어간 건반과 베이스라인이 감정의 굴곡을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데이브레이크가 단조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건 데뷔 앨범 이후 처음이다. 이원석은 "이별 노래다. 앨범 제목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게 마친 것도, 쉰 것도 아닌 이별 후에 찾아오는 여러 감정이었다. 상대는 정리가 됐을지 몰라도 난 아직 정리가 안 됐을 때 찾아오는 이별 후의 후회나 미련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장원은 "마이너 곡이 타이틀이 된 건 처음인데 이번 기회에 시도해봤으면 좋겠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했다"고 전했다. 김선일은 "계절감도 중요했던 것 같다. 슬픈 곡인데 또 그냥 평범한 발라드의 리듬을 갖고 있진 않으니까 여러 가지 무드를 유지하면서 좀 정제된 데이브레이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정유종은 "원래 있던 밝은 곡들에서 데이브레이크만의 분위기나 연주가 많이 달라지지 않도록 멤버 각자의 색깔이 유지되는 선에서 좋은 분위기를 낼 수 있겠다 싶었다. 또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이거 재밌게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타이틀곡 '올드 앤 와이즈'는 2007년 발매한 데이브레이크의 1집 수록곡 '범퍼카'의 다음 이야기로, 멜로디 라인을 따라 연주되는 화려한 신스 사운드와 락킹한 일렉 기타가 돋보이는 레트로한 신스팝 장르다. 기존 데이브레이크의 바이브를 기대한 이들이라면 푹 빠져들 만한 빠르고 밝은 템포의 곡으로,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고민하는 '나' 자신에 대한 가사가 벅차고 아련한 감정선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뭉근한 위로를 건넨다.
이원석은 "'올드 앤 와이즈'는 지금 처한 현실에서 솔직하게 우린 이런 상황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한참 파릇파릇한 10대, 뜨거웠던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 20대라면 공감을 못 할 수 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삶을 살고 치이는 사람들은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리듬, 이 밤은'에 대해서는 "우리의 현재를 표현한 곡"이라고 했고, '영원하라'는 "팬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함께 같은 음악을 듣고, 공감하고, 영원히 이 감정을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팬송"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EP지만 정규앨범 못지않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꽉꽉 담았다"고 자부했다. 이원석은 "작업 방식에 있어서 다각화를 줬다. 많은 분이 데이브레이크 하면 '좋다', '꽃길만 걷게 해줄게'와 같이 밝고 경쾌하고 긍정적인 음악을 떠올리지 않냐. 그렇지 않은 곡도 잘할 수 있다는 표현의 확장성을 준 앨범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도 담겨 있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올해로 밴드 나이 17살이 된 이들은 "우린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종은 "걸음마를 다 같이 하고, 말도 하기 시작하는 초반의 시기를 거쳐서 한창 본인의 능력을 키우고 그런 시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밴드는 실력이 더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없는 게 아니라 더 많이 되고, 또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린 성장 중이고, 70세까지는 클 것"이라며 웃었다.
"가족보다 더 많이 본 사이"라며 서로를 쳐다본 이들은 "위기의 순간을 잘 넘겨왔고, 한층 더 서로를 알게 되고, 또 유연해졌다"고 털어놨다.
이원석은 "초창기에 나온 음악들은 많이 망하기도 하고, 반응이 썩 좋지 않았던 때도 있다. 결과가 좋지 않거나 한바탕 치고받고 하면 없어지는 것들이 많더라. 그렇게 잘 넘겨온 덕에 이번 앨범도 낼 수 있었던 거다. 앞으로도 어떤 위기가 분명 닥칠 텐데 경험치가 쌓였으니 극복할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싶다"며 미소 지었다.'세미콜론'의 방점을 찍는 건 콘서트다. 지난 28일에 이어 29일까지 예스24라이브홀에서 팬들과 만난다. 데이브레이크는 공연을 "'세미콜론'의 결정판"이라면서 "프로젝트의 헤드 카피가 '어제와 내일을 잇는 세미콜론'이다. 이 공연으로 관심과 호기심이 생겨 계속해 공연장을 찾아주셨으면 한다. 앞으로 어떤 지향점을 갖고 나아갈지 이 공연을 통해 얘기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어떤 공연보다도 뜨거운 공연이 될 겁니다. 여름이 가장 뜨겁다지만 그동안 닫아놓은 뚜껑의 압력이 커져 터지듯 '세미콜론'으로 예스24 뚜껑을 날려버릴 생각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