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유력 원인으로 꼽힌 '조류 충돌'…사례 봤더니

버드 스트라이크 5년 반 새 623건 발생
"비행기 사고 절반 이상 착륙 과정서 빚어져"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여객기가 추락해 사고 수습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뉴스1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최근 5년여 동안 600건 넘게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사고 원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여객기가 새와 충돌한 후 엔진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였다는 목격담이 나오면서 버드 스트라이크가 유력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후 여객기는 동체착륙을 시도했으나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버드 스트라이크' 5년 반 사이 623건 발생

사진=연합뉴스
무안공항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버드 스트라이크는 최근 들어 늘어나는 추세로 집계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국내 공항에서 총 623건의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 108건 △2020년 76건 △2021년 109건 △ 2022년 131건 △2023년 152건이었다. 2024년 상반기에는 47건이 보고됐다.새가 항공기 엔진에 빨려들어가는 버드 스트라이크 증가 주요 원인으로는 도시화와 기후 변화가 꼽힌다. 공항 주변의 쓰레기 매립지, 습지 등이 조류의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온난화로 인해 철새의 이동 패턴이 변화한 점도 충돌 가능성을 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한국공항공사와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7분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에서 이탈, 공항 외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이날 오전 1시30분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는 이날 오전 8시30분 무안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무안공항 1번 활주로에 접근한 사고 여객기는 1차 착륙을 시도하다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복행(Go Around)했고, 재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났다. 항공 당국에 따르면 추락한 여객기는 바퀴에 해당하는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하고 그대로 활주로에 착륙했으나 끝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 이후 공항 끝단 구조물과 충돌, 동체가 파손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장 관계자는 설명했다.고가 난 기종은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은 한국인 173명, 태국인 2명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기체 후미부터 구조 작업을 진행해 현재까지 2명을 구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85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구조자 외에는 실종자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구조된 2명은 모두 승무원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사고 원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으나 여객기가 새와 충돌 후 엔진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였다는 목격담이 나오면서 버드 스트라이크가 유력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20대 여성 승무원 구모씨 역시 "비행기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뒤 폭발했다"는 말을 했다고 소방본부 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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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여객기 참사뿐 아니라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발생한 항공 사고의 절반 이상이 착륙 과정에서 빚어졌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항공 사고의 53%가 착륙 과정에서 발생했다.

특히 랜딩기어가 작동이 되지 않을 때 비행기 몸체를 직접 활주로에 닿게 해 착륙하는 동체착륙은 사고 위험이 높다. 동체착륙은 동체와 활주로의 마찰로 속도를 줄여 정지하는 방법으로 동체 하부가 손상될 수밖에 없고, 마찰열에 의해 화재가 발생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