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 내년도 계속…하반기엔 1300원대로 진정"

KB 금융매니저
원·달러 환율이 최근 1460원을 넘어섰다.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눈에 띄는 상승 속도다. 지난 9월 말 달러당 1310원에서 불과 3개월여 만에 150원가량 급등했다. 3개월 동안 원화 가치가 10% 넘게 하락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그에 따른 ‘트럼프 트레이드’의 영향이 환율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내년 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4회에서 2회로 축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의 예상치 못한 금리 인하, 45년 만의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 등 국내 요인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원·달러 환율이 주요 저항선으로 간주되던 1450원을 넘어서면서 1500원까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원화 가치가 과도하게 하락한 수준인 건 분명해 보인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원·달러 환율의 평균치는 1276원이다. 현재 환율에 비해 약 180원(14.4%) 낮다.

올 하반기 들어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는 2.0%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좁혀졌다. 한·미 금리 차 축소는 환율 하락 요인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800억~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요인을 종합해 보면 원화가 달러 대비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분석된다.

내년 환율은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3년 동안 환율은 ‘상저하고’ 양상을 보였지만 내년은 다소 다를 것이다. 현재 달러당 1400원 이상의 환율이 장기간 지속되긴 힘들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내년 한국과 미국의 실질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가 지금처럼 나홀로 독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는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 1400원 안팎에서 등락하다가 하반기에는 1300원대 중후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정희 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