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건 간절함…투어챔피언십 최다출전 목표"

인터뷰 - PGA 韓간판 임성재

시즌 초 커트탈락 등 난조 계속
퍼팅부터 다잡으며 '맹훈련'
슬럼프 떨치고 '상금 10위' 달성
"내년 PGA우승도 추가하고파"
임성재가 최근 경기 성남시에 있는 한 골프연습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내년 활약을 다짐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성남=조수영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토너먼트 3라운드가 열린 지난 4월 13일, 임성재(26)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드라이빙레인지에 있었다. 다른 선수들이 코스에서 3라운드 경기를 뛰는 동안 임성재는 텅 빈 레인지에서 굳은 얼굴로 쉬지 않고 공을 쳤다. “가장 잘하고 싶은 대회에서 1타 차이로 커트 탈락한 뒤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서 골프로 풀었어요(웃음). 샷, 쇼트게임, 퍼트 모든 것이 잘 안돼서 그때 결국 인정했습니다. ‘아, 슬럼프구나’하고요.”

다행히 슬럼프는 길지 않았다. 다음 대회인 RBC헤리티지에서 공동 12위로 반등한 그는 총상금 10위로 시즌을 마쳤다. 페덱스컵 랭킹 30위까지 출전하는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 6년 연속 출전하는 대기록도 세웠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임성재는 “항상 꾸준하게 잘하는 모습으로 팬들께 행복을 드리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팬 응원받고 ‘반등 모멘텀’

시즌 초 석 달여간의 슬럼프를 제외하면 임성재의 2024년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마스터스까지 최악의 시간을 겪은 그는 퍼팅부터 다잡으며 샷감을 조금씩 찾아갔다. 5월, 한국에서 거둔 우리금융챔피언십 우승은 완벽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시즌 중에 한국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큰 일이다. 그는 “제 스폰서(우리금융그룹) 대회에서 흥행에 기여할 기회였고, 한국 팬을 가까이서 만나는 것은 저에게 소중한 일”이라며 “시차, 체력 부담이 컸지만 한국 팬들의 응원 덕분에 즐겁게 경기했고 좋은 기운을 받아갔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스스로에 대해 “운이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PGA 콘페리투어(2부) 출전 첫 대회에서 바로 우승을 차지했고, 두 번째 대회에서 2위를 하며 일찌감치 PGA투어 카드를 확보했다. ‘꿈의 무대’ PGA투어 데뷔 무대에서 4위에 오른 그는 올해까지 6년 연속 투어챔피언십에 출전하며 ‘꾸준함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현역 선수 가운데 임성재보다 연속 출전 횟수가 많은 선수는 잰더 쇼플리, 토니 피나우(이상 미국·8회 연속),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7회 연속) 정도에 그친다.화려한 경력 뒤에는 누구보다 간절하게 도전한 시간이 녹아 있다. 2018년, 임성재는 “딱 3년만 도전해보자”며 미국으로 떠났다. “일본프로골프(JGTO)에서 2년간 번 돈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3년이었어요. 한국, 일본 시드가 남아있지 않은 저에겐 ‘배수의 진’이었죠.”

다행히 2개 대회 만에 투어 카드를 따냈지만 임성재는 자만하지 않았다. 미국 도전 초기, 임성재는 벙커에만 빠지면 보기로 연결될 정도로 벙커샷에 약했다. 매일 벙커샷을 연습했고, 쇼트게임에만 3시간씩 매달렸다. 올 시즌 임성재의 샌드세이브율은 16위(63%), 누구보다 벙커샷을 잘하는 선수가 됐다.

“간절하게 도전하라” 후배들에 당부

한국 골프 꿈나무들이 임성재를 롤모델로 꿈꾸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간절하게 도전하라”고 당부했다. “PGA투어는 ‘무조건 간다’고 마음먹고 집중해야 될까 말까 한 무대예요. ‘해보고 안 되면 다른 데 가지’ 정도로는 해낼 수 없습니다.”2025년, 임성재는 프로로서 10번째 시즌을 맞는다. 그는 “투어챔피언십 최다 연속 출전 기록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 시즌을 꾸준히 잘했다는 증거이고, 최고 선수들과 경쟁하는 무대잖아요. 부상 없이 꾸준히 달려서 꼭 만들어보고 싶은 기록입니다. 내년엔 모든 대회 예선 통과, PGA투어 우승도 꼭 추가하고 싶어요.”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