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뗑킴 '메가 브랜드'로 키워낸 하고하우스
입력
수정
지면A16
패션업계 '미다스의 손' 주목대명화학그룹 계열사인 하고하우스가 패션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주목받고 있다. 잠재력 있는 신생 브랜드에 지분투자를 한 뒤 상품 기획, 유통 관리, 인력 확보 등 전방위적 지원을 통해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29일 업계에 따르면 마뗑킴 드파운드 유니폼브릿지 등 40여 개 브랜드를 포함한 하고하우스의 올해 매출은 3500억원에 달한다.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는 K패션의 대표 격인 마뗑킴이다. 2015년 탄생한 이 브랜드는 자본금 30만원짜리 블로그마켓에서 시작했다.소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팔리던 온라인 브랜드에서 지금의 규모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브랜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하고하우스의 2021년 2월 투자가 결정적이었다. 인수 전 5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마뗑킴 매출은 올해 1500억원, 내년엔 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패션업계 ‘메가브랜드’ 기준(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마뗑킴 올 매출 1500억 달해
인수 이후 30배 가파른 성장
드파운드도 투자후 매출 400%↑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 진출 도와
상품 기획·유통관리 전방위 지원
하고하우스가 ‘제2의 마뗑킴’으로 육성하는 드파운드도 2022년 인수 후 매출이 400% 증가했다. 국내외 패션 대기업 출신들이 이끌고 있는 하고하우스는 온라인 브랜드에 대기업의 운영·생산·유통 노하우를 이식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개인이 시작한 브랜드는 매출이 어느 정도 나와도 경영은 대부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며 “하고하우스는 신생 브랜드의 운영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품목(SKU)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체력을 길러낸다”고 말했다.
하고하우스가 특히 집중하는 건 오프라인 매장 확대다.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판매하던 브랜드를 백화점, 쇼핑몰 등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시켜 브랜드 인지도와 규모를 키운다. 온라인 브랜드가 보다 대중적 브랜드로 성장하려면 오프라인 진출이 필수적이지만, 재고 관리가 쉽지 않은 만큼 신생 브랜드가 이를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유통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갖춘 하고하우스의 지원을 받는 브랜드들은 빠르게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마뗑킴(24개), 드파운드(19개)를 포함해 하고하우스 소속 브랜드의 매장은 120개에 달한다.하고하우스가 ‘큰손’ 고객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만큼 대형 백화점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더현대서울 등 유명 백화점에는 하고하우스 소속 브랜드만 4~5개가 입점했을 정도다. 한섬, LF 등 패션 대기업들과 비교해도 많은 편이다. 하고하우스 소속 브랜드의 한 대표는 “온라인 브랜드로 정점을 찍고 ‘그다음’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하고하우스의 지원을 통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고하우스는 핵심 브랜드의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마뗑킴은 올해 홍콩·마카오에 진출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 일본을 거쳐 향후 북미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에 광고를 내보낸 것도 미국 시장 공략을 앞둔 마케팅의 하나다.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콧대 높은 글로벌 유명 브랜드의 협력 제안도 쏟아지고 있다. 마뗑킴은 최근 미국 패션 브랜드인 코치와 협업했다. 양사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한국, 일본, 홍콩에서 동시 판매된다. ‘엄마 가방’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코치는 최근 MZ세대를 공격적으로 공략 중인데, 이를 위해 아시아 MZ 고객에게 인기가 높은 마뗑킴에 협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