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사과

"러 영공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
자국 방공망 격추 사실상 인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아제르바이잔 당국이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 대공미사일 또는 그 파편에 맞았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알리예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 영공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을 사과한다”며 “희생자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부상자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은 이번 통화가 푸틴 대통령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방공망이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점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크렘린궁이 당시 러시아 방공망이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에 대응 중이었다고 설명해 사실상 사고의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궁은 “사고 당시 그로즈니, 모즈도크, 블라디캅카스 지역이 우크라이나 무인 항공기에 의해 공격받고 있었고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 이를 방어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어 추락 사고에 따른 인명 피해에 애도의 뜻을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직접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러시아로 향하던 아제르바이잔 여객기가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에서 추락해 탑승객 67명 중 38명이 사망했다. 사고 직후 러시아 당국은 “여객기가 새 떼와 충돌했다”고 했지만 기체에 다수의 구멍이 발견돼 이 같은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