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사용 연차수당부터 인상하라"…통상임금 판결에 '冬鬪' 벼르는 노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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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소속 노조, 기업에 공문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최근 통상임금 기준을 11년 만에 바꾼 판결을 한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일부 노조가 내년 초 지급되는 올해 미사용 연차수당부터 인상하라고 기업을 압박하고 나섰다. 기업들이 기존 단체협약 등을 이유로 수당 인상을 거부하면 고용노동부 진정, 소송 등 실력 행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새해 벽두부터 노사 간 대립이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임금 다시 계산하라" 압박
내부 지침엔 실력 행사 지시도
산업현장 노사대립 심화 우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지난 24일부터 소속 사업장에 “통상임금을 다시 계산하고 바뀐(인상된) 연장·휴일·야간 근로수당 등 임금 내역을 (해당 사업장 노조에) 통보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하기 시작했다.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화생명보험 및 현대자동차의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통상임금의 기존 3대 요건(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가운데 고정성을 폐기하는 판결을 내리면서다. 이 판결로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요건이 붙은 정기 상여금도 전부 통상임금에 포함됐다. 통상임금이 커지면 연장·휴일·야간근로 등 각종 수당이 모두 오른다.
금속노조는 공문에서 당장 새해 초부터 청구권이 발생하는 2024년도 미사용 연차수당부터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를 보상받는 연차수당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이달 안에 소속 사업장에 공문 발송을 완료할 방침”이라며 “사업주가 수당 인상을 거부하면 법원 지급명령 신청, 민사소송 등 다양한 압박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번 통상임금 판결이 선고일 이후 통상임금 산정에만 적용되지만 예외적으로 현재 다른 법원에서 소송 중인 ‘병행사건’에는 소급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르면 사업장에서 일부 근로자만 대표로 통상임금 소송 중이라면 소송을 하지 않은 나머지 근로자는 구제받지 못한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내부 지침을 통해 “병행 사건의 결과를 근로자 전체에게 적용하겠다는 사용자의 확답을 요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자를 압박하라”고 산하 노조에 지시했다. 또 “각종 임금 항목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라”며 “이번 판결의 영향력을 확대하라”고 주문했다.사업주 입장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대법 판결로 노동계가 협상 테이블에서 완전히 우위를 점했다”며 “노동계가 전면 압박에 나서면서 노사관계가 새해 벽두부터 격랑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