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미디어텍까지…'AI 핵심 공급망' 된 대만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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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이어 빅테크 물량 수주애플 아이폰 제조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서버 제품 GB300의 최대 공급업체가 됐다.
미디어텍, 애플워치에 통신용 칩
폭스콘은 엔비디아 부품 공급
대만 펩리스(반도체 설계) 미디어텍은 구글에 이어 애플에도 통신용 칩을 납품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TSMC에 이어 폭스콘 미디어텍 등이 미국 빅테크 일감을 잇따라 수주하면서 대만이 글로벌 AI 공급망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2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폭스콘은 내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인 GB300 서버 생산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서버란 그래픽처리장치(GPU) 여러 대를 묶어 AI데이터센터용으로 공급하는 제품이다. 폭스콘은 GPU와 중앙처리장치(CPU)를 제외한 엔비디아 서버 부품의 80~90%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애플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이 세계 최대 AI 기업 엔비디아까지 잡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폭스콘은 스마트폰 시장 침체 여파로 몇 년간 성장이 정체됐지만, 엔비디아를 잡으면서 올 3분기 사상 최대 실적(매출 약 78조원)을 냈다. 주가는 올 들어 77% 상승했다.
폭스콘은 서버의 주요 부품인 서버랙뿐 아니라 냉각시스템, 커넥터 등도 개발하고 있다. GPU와 여러 칩 간 데이터 전송을 원활하게 하는 ‘NV링크’ 스위치는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한다.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이 올해 AI 서버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미디어텍은 내년에 나오는 애플워치에 통신용 모뎀 칩을 납품하는 방안을 애플과 협의하고 있다. 미디어텍은 TSMC와 폭스콘에 이은 대만 시가총액 3위 기업이다. 계획대로 되면 미디어텍은 처음 애플의 주요 제품 공급망에 진입하게 된다. 애플은 그동안 애플워치용 모뎀 칩을 인텔에 맡겼다.
구글도 차세대 스마트폰인 ‘픽셀10’에 미디어텍의 T900 모뎀 칩을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AI 폴랫폼 역할을 맡을 스마트폰 사업에 힘을 주고 있는데, 경쟁관계에 있는 삼성전자 대신 대만 기업들을 파트너로 맞이하고 있다. 지난 10월 구글의 미국 스마트폰 점유율은 12.9%로 전월(4.76%)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미디어텍이 애플과 구글에 모뎀 칩을 공급하면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모뎀 칩 시장은 미국 퀄컴이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고, 미디어텍과 삼성전자가 2위를 다투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모뎀 칩을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 워치에 탑재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