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약·디지털 치료기기 시장 '봄날'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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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리포트의료진과 환자의 불신 등으로 시장 형성이 쉽지 않았던 디지털 의료기기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는 제품이 속속 나오고 현장 처방 건수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디지털 의료기기는 디지털 치료기기(DTx)와 전자약으로 나뉜다. 인공지능(AI)과 게임 등 소프트웨어, 앱 형태로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는 것을 DTx, 전기 자극 등 하드웨어로 치료하는 것을 전자약이라고 한다.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4호가 나온 DTx가 몇 달 내 7호까지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약처가 디지털 치료기기 3개사 제품에 대해 임상 자료 심사를 하고 있다. 늦어도 내년 1분기엔 승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헬스케어 기업 수십여 곳이 DTx 임상을 진행 중이다.불면증 치료제인 에임메드의 솜즈는 환자에게 수면 일기를 작성하게 하고 수면의 질을 평가한다. 웰트의 슬립큐는 6~8주 동안 수면 패턴을 분석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히포앤씨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솔루션은 아이들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뒤 레이싱 등 미니게임을 하도록 한다.
우울증·ADHD·불면증 치료
에임메드·뉴냅스 등 임상 진행
내년 식약처 승인 줄줄이 대기
건강보험 급여 편입은 과제
의료기술과 정보기술(IT) 간 결합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정신건강 영역이다. AI 진단이나 VR 치료를 하는 게 외상과 암 등의 질환 치료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의 30% 이상이 정신건강과 관련된 것이다.
전자 자극을 활용한 하드웨어 치료제인 전자약 회사들도 관심을 받고 있다. 와이브레인이 개발한 헤어밴드 모양의 마인드스팀은 환자 뇌에 전기 자극을 줘 우울증을 치료한다. 임상 결과 6주간 하루 30분씩 치료받은 환자의 62.8%가 우울 증상이 사라졌다. 오션스바이오는 이어폰 모양의 우울증 치료기를 개발했다.올해 디지털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 기대는 컸지만 속도는 더뎠다. 국내 1호 DTx 허가 기업 에임메드는 대표이사 교체와 주주 손바뀜을 거쳤다. 병원 처방을 시작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실적은 없다. 호흡재활 디지털 치료기기로 기대를 모은 라이프시맨틱스의 소프트웨어(SW) 레드필 숨튼도 유효성 입증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외에서도 미국의 유명 DTx 회사 아킬리가 수익성 둔화로 버추어테라퓨틱스에 매각되는 등 분위기가 악화했다.
내년엔 식약처 허가를 받은 DTx가 늘어나고 현장 처방 건수도 증가하면서 디지털 의료기기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은 월평균 처방 8000건을 돌파했고, 누적 처방 건수는 9만 건을 넘어섰다.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2030세대의 문의가 늘고 있다. 3차 의료기관에서만 처방된 에임메드의 솜즈는 1차 의료기관(의원급) 처방이 시작됐다.
생성형 AI 기술 발달로 제품도 고도화되고 있다. 치매 솔루션 스타트업 이모코그는 최근 2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치매 선별 도구와 경도인지장애 치료 SW를 개발한 회사다. 이 회사는 헬스케어 전용 대규모언어모델(LLM)도 만들고 있다. 다만 건강보험 수가 적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 솜즈는 비급여로 20만원 안팎에 처방되고 있다. 일각에선 일부 스타트업이 VR 게임 등의 단순 SW를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