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우신조 기회 맞이한 조선업, 세계 1등으로 확실히 키우자

정부가 소형 조선업체라고 하더라도 정책금융기관에서 수출용 선수금 환급보증(RG)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선업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어제 내놨다. 지금까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은 소형 조선사엔 수출용 선박 건조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출용 RG를 거의 발급해주지 않았다.

지난 6월 중·대형 조선업체에 RG 발급을 확대하기로 한 데 이은 2단계 금융 지원 확대 조치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정책 변화와 미·중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을 국내 조선업체가 누릴 가능성이 큰 만큼 미리 대비하는 의미가 있다. 미국은 1920년 제정된 연안무역법(일명 존스법)으로 인해 조선업이 사실상 붕괴했다. 미국에서 건조하고, 미국인이 소유하고, 미국인 승무원이 일하는 선박만 미국 내 항구를 오갈 수 있도록 한 이 법은 과보호로 미국 조선업체의 경쟁력을 추락시켰다. 이 때문에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에서 뒤질 위험이 커져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미국에서 높아지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한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고,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선박을 대폭 늘리는 법안이 초당적으로 발의됐다. K조선에 러브콜을 보내는 나라는 미국만이 아니다. 올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칠레 페루 에콰도르 등의 군 관계자가 한국 조선업체 사업장을 찾았으며 최근엔 인도 정부 관계자들이 HD현대중공업을 방문했다. 신규 상선 1000척 확보를 위해 한국을 최적의 파트너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수십 년간 성장 정체기를 겪은 한국 조선업으로선 이번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중국의 물량 공세에 밀리는 석유화학과 철강 등의 빈자리를 메울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조선업 지원을 금융에 국한할 게 아니라 세제 등 전방위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한국이 중국에 앞선 액화천연가스(LNG)선, 차세대 먹거리인 수소·암모니아 추진선 등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육성하고, 인력 양성 및 기술 유출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조선업을 명실공히 세계 1등 산업으로 키울 천우신조(天佑神助)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