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일기에 "큰 죄 지었는데 새 기회받아"…北, 죄수부대 파병했나

美 "효과적이지 않은 인해전술"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당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전(戰)에 파병된 북한군 일부가 죄수로 구성된 정황이 담긴 자료를 2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서 1000명 이상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미국 측 발표도 나왔다. 파병 북한군이 ‘총알받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우크라이나 특전사령부는 쿠르스크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병사 ‘정경홍’의 일기장(사진)을 공개했다. 일기에는 “당의 사랑도 저버리고 최고사령관 동지에게 배은망덕한 짓을 저질렀다”며 “제가 저지른 죄는 용서받을 수 없지만, 조국은 나에게 인생의 새로운 기회를 줬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북한이 사면, 감형 등을 대가로 전장에 범죄자 출신을 동원한 일명 ‘죄수부대’를 파병한 정황이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다.북한군이 ‘인간 미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북한군이 효과적이지 않은 ‘인해전술’을 감행하고 있다”며 “지난주 북한군 1000명 이상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와 북한군 지도자들이 병사를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북한군은 세뇌된 상태로 밀어붙이고 있고, 포로로 잡힐 경우 가족에 대한 보복이 두려워 항복 대신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군이 투항을 막기 위해 같은 편 동료를 처형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파병이 쿠르스크 지역 전황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점령지역의 절반가량을 잃고 몇 달 내 나머지 영토도 상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