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통상협정 올해 7건 체결…수출 안전판 강화시켰다

韓-필리핀 FTA 31일 발효

중앙아시아·남미 등에도 진출
韓 기업 수출네트워크 강화
한국·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는 31일 발효돼 앞으로 15년 동안 자동차 수출이 3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산 바나나 가격도 내년 초부터 약 10% 저렴해진다. 한국·필리핀 FTA 발효를 포함해 올 한 해 통상 협정 11건이 닻을 올리면서 한국 기업의 수출 네트워크가 크게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부터 한국과 필리핀의 FTA가 발효된다고 29일 밝혔다. 우리나라가 2004년 4월 칠레와 처음 협정한 이후 22번째 FTA다. 협정이 시작되는 31일부터 필리핀이 우리나라 내연기관 자동차에 물리던 5% 관세가 즉시 사라진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관세는 5년에 걸쳐 철폐된다. 5%이던 관세가 31일부터 4%, 내년 1월 1일부터 3%로 발효 이틀 만에 2%포인트 낮아진다.

산업부 관계자는 “필리핀과 FTA를 체결한 일본은 수출 자동차 관세가 20%에 달한다”며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일본을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2022년 43억달러어치 차량을 수입한 아세안 최대 자동차 수입국이다. 산업부는 앞으로 15년간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이 연평균 1340만달러(약 198억원) 증가하는 등 필리핀에 대한 수출이 257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가 필리핀산 바나나를 수입할 때 물리던 30% 관세도 1월 1일부터 18%로 낮아진 뒤 5년에 걸쳐 사라진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필리핀산 바나나는 23만4106t, 3043억원어치였다.산업부는 필리핀과 맺은 FTA로 국내 소비자가 15년간 2362억원에 달하는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기업은 니켈 생산 2위, 코발트 생산 4위의 자원 부국인 필리핀과 협정을 통해 인구 1억1000만 명의 소비 시장을 확보하게 됐다.

올해 우리나라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 대한 수출 네트워크를 대폭 확장했다. 조지아와 처음으로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체결했고, 태국 탄자니아 세르비아 방글라데시와 EPA를 개시했다. EPA는 관세 철폐 같은 시장 개방을 포함하고 상대국과의 공동 번영 협력을 강조하는 ‘신흥개발국 맞춤형 FTA’다.

에콰도르 걸프협력회의(GCC·걸프만 주변 지역 중동 6개국), 아랍에미리트(UAE)와도 FTA 또는 국가·시장별 맞춤형 FTA인 전략적 경제보완협정(SECA),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잇달아 체결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14개국 간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분야별 협정도 올해 2월, 10월 각각 발효됐다.산업부가 올해 체결 또는 발효한 통상 협정은 7개에 달한다. 올해 협상을 시작한 협정도 4개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FTA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공백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현재 85%인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FTA 네트워크를 90%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