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포퓰리스트' 밀라노비치 대통령 1차 투표 승리

내각제인 크로아티아에서 목소리 높이는 대통령
전직 총리로 NATO와 EU에 반기 들어
사진=AP
크로아티아 대선에서 조란 밀라노비치 현직 대통령이 1위로 결선 투표에 진출했다고 크로아티아 선거관리위원회가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대선에는 총 8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밀라노비치 대통령은 최종 개표 결과 49.1%를 득표했다.

과반 득표 후보가 없어 크로아티아 법률에 따라 1, 2위 득표자가 1월 12일에 2차 결선 투표를 실시한다. 경쟁자인 드라간 프리모라크 크로아티아민주연합(HDZ) 후보는 19.35%의 지지를 얻으며 함께 결선에 진출했다. 내각책임제인 크로아티아에서 대통령직은 형식적인 직책이다. 대통령은 법률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고 외교 정책, 국방 및 안보 문제에 대해 발언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밀라노비치 대통령은 외교 및 공공 정책을 놓고 총리인 안드레이 플렌코비치와 잦은 충돌을 빚고 있다. 사회민주당의 오랜 지도자인 그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총리직을 역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며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유럽 언론들은 밀라노비치를 '좌파나 우파도 아닌 포퓰리스트'라고 평가한다. 크로아티아의 정치학자인 자르코 푸호브스키는 도이체벨레(DW)에 "밀라노비치에겐 정책의 청사진 따위는 없고 자기 자신의 뜻이 정책"이라며 "그는 일종의 '트럼프 주의'를 실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밀라노비치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당인 크로아티아민주연합의 부패와 인척 주의에 맞서는 투사라고 주장한다. 그는 "통합과 더 나은 삶, 청소년에 대한 보살핌, 연금 수급자에 대한 보살핌 등 크로아티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비판하며 "러시아는 재래식 수단으로는 이길 수 없다"며 "코끼리가 싸우면 쥐는 물러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로아티아는 나토 비회원국이다. 밀라노비치 대통령의 임기는 2월 18일에 만료되며,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하면 새로운 5년 임기를 시작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