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닛산 통합…현대차·기아 제치고 단숨에 세계 3위 등극

글로벌 車업계 '합종연횡' 확산

혼다·닛산, 2026년 지주사 설립
내년 6월까지 세부사항 최종 합의
미쓰비시 포함 연 생산량 813만대
도요타·폭스바겐에 이어 3위로
현대차·기아는 4위로 순위 밀려

中 전기차 공습…시장 지각변동
혼다·닛산 중국 시장 판매 급감
통합땐 하이브리드·전기차 라인업
"모든 영역에서 시너지효과 클 듯"
혼다 ‘CR-V’
세계 7위 자동차 회사인 일본 혼다와 8위 닛산이 통합을 추진한다. 20위권 자동차 회사이자 닛산이 최대주주인 미쓰비시도 참여할 전망이다. 3개 회사가 한 몸이 되면 현대자동차·기아를 제치고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선다. 중국 전기차 공습이 촉발한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합종연횡’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혼다·닛산은 2026년 8월 지주사를 설립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지주사 설립과 동시에 도쿄증시에 상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혼다·닛산은 이를 위해 2026년 7월 말~8월 초 상장폐지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신설 지주사의 완전 자회사가 되고, 브랜드는 각각 존속하는 형태다. 지주사 사장은 혼다에서 맡기로 했다. 지주사 이사회 역시 혼다 측이 과반을 차지할 전망이다. 두 회사는 내년 6월까지 세부 사항을 최종 합의할 계획이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경영 통합을 위한 협의 정식 개시에 대한 기본 합의서를 체결했다”며 “두 회사가 통합하면 모든 영역에서 화학 반응이 일어나 시너지는 생각보다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산업의 지각변동을 전망했을 때 하드웨어보다는 지능화와 전동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혼다와 닛산, 미쓰비시가 ‘원팀’이 되면 합산 생산량 813만 대(작년 기준)로 도요타(1123만 대)와 폭스바겐(923만 대)에 이어 3위가 된다. 2년 연속 3위를 차지한 현대차·기아(730만 대·3위)는 4위로 밀린다.
업계는 중국 전기차의 공습이 이번 통합을 부른 것으로 분석한다. 중국 전기차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본토는 물론 해외시장을 속속 접수하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통합을 통해 비효율을 없애고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 개발 비용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라는 얘기다.

닛산은 1999년부터 지속한 프랑스 르노와의 연합을 끊고, 결별 수순을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와의 동맹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혼다로 파트너를 갈아타기로 했다는 의미다. 닛산은 지난 3월부터 혼다와의 협업을 검토했고 8월엔 혼다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협업 등 포괄적인 업무 제휴를 맺었다.
닛산 ‘알티마’
혼다와 닛산의 통합은 중국 시장 실패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혼다와 닛산의 중국 판매량은 1년 전보다 각각 31%, 11%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 크다. 닛산의 상반기(4~9월) 영업이익은 329억엔으로 1년 전보다 90% 급감했다. 혼다도 지난 2분기 자동차부문 영업이익이 351억엔으로 1년 전보다 72% 줄었다. 닛산이 지난달 9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한 직접적인 이유다. 그러면서 혼다에 협력의 손을 먼저 내밀었다.

2010년 세계 첫 양산 전기차 리프를 출시한 닛산은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라인업이 한 대도 없다. 혼다는 도요타에 이은 세계 2위 하이브리드카 브랜드지만 ‘전기차 열등생’으로 불릴 정도로 경차를 제외하면 별다른 전기차 모델을 갖고 있지 않다. 두 회사가 하나가 되면 단숨에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는 셈이다.

판매 시장에서도 두 회사는 상호 약점을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자 텃밭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닛산은 유럽 시장에서 34만 대의 차를 판매했지만, 혼다는 8만여 대에 그쳤다. 미국 시장에선 혼다(139만 대)가 닛산(127만 대)보다 더 많이 팔았다. 혼다는 유럽에 공장이 없지만, 닛산은 영국과 스페인에 공장을 두고 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