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본격화되나…9개월째 반등 못한 경기동행지수 [통계 인사이드]

통계청, '11월 산업활동동향'

자동차 부품사 파업·11월 폭설에 생산 위축
온화한 날씨에 소비 늘었지만…내구재는 줄어
기재부 "회복경로의 불확실성 확대"
사진=뉴스1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달 또다시 하락하면서 9개월 연속으로 반등에 실패했다. 생산과 투자 지표도 일제히 하락했다. 소매 판매는 3개월 만에 상승했지만, 날씨나 할인 행사의 영향이 큰 만큼 실질적으로 소비심리가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회복경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으로 진단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2.6(2022년=100)으로 전월(113.0)보다 0.4% 떨어졌다. 부문별로 보면 광공업(-0.7%)과 서비스업(-0.2%) 모두 생산이 줄었다.광공업 부문의 경우 반도체 생산이 3.9% 늘면서 반도체 생산지수가 175.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자동차(-5.4%)와 전자부품(-4.7%)에서 하락한 영향이 컸다. 자동차의 경우 부품사 파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비스업에선 정보통신(3.2%)과 숙박·음식(2.3$)에서 생산이 늘었지만, 수도·하수·폐기물처리(-5.7%)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은행 가계·기업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금융·보험업(-2.9%) 생산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끼쳤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재화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 소매 판매는 지난 8월(1.5%) 이후 9월(-0.3%)과 10월(-0.8%) 연달아 하락하다 석 달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단 소비심리가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복 등 준내구재(4.1%) 소비는 늘었지만 음식료품 같은 비내구재(-0.7%)와 승용차 등 내구재(-0.1%) 소비는 줄어서다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달 날씨가 생각보다 온화했던 탓에 겨울용 의류 판매가 10~11월 두 달에 걸쳐 분산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했다.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6% 줄면서 지난 10월에 이어 두 달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운송장비(0.1%)에서 늘었지만,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2.0%)에서 줄어든 결과다. 건설기성(건설업·불변)은 건축에서 공사실적이 줄어 0.2% 감소했다. 건설업은 5월 이후 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1997년 8월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역대 가장 긴 기간이다.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7.6으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3~9월 내내 전월 대비 하락하다 10월에 보합을 보였고, 지난달 다시 떨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산업활동동향 결과에 대해 “기금운용계획 변경, 공공기관 추가 투자, 정책금융 등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경기를 보강해나가겠다”고 했다.기재부는 광공업 생산이 줄어든 이유로 자동차 부품사의 파업에 더해 지난달 폭설이 내리면서 수출에 차질이 빚어진 점을 꼽았다. 전자부품의 경우 아이폰 16 등 휴대폰 신제품의 출시 효과가 떨어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반등에 성공한 소매 판매 지표가 12월에 이어질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초 계엄 사태와 탄핵 여러 정치적 이슈가 발생하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단 기재부 관계자는 “건설업의 경우 올해 2분기부터 건설 수주가 늘어난 만큼 내년 하반기부터 긍정적인 지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