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살에 '호두까기 인형' 주연…"발레 좋아서 고등학교도 안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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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홈스쿨링 발레리나 염다연지난해 12월 6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하남문화예술대극장에서 열린 와이즈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서는 만 15세의 발레리나가 주인공 '마리' 역할을 맡아 전막을 이끌면서 화제를 모았다. 총 5회 공연 중 2번 주인공 '마리'로 섰던 염다연. 최연소 객원 주역 캐스팅으로 기록된 그를 최근 서울 서촌의 발레웨스트 연습실에서 만났다. 2008년 12월생 염다연은 발레 팬들의 SNS 알고리즘에 자주 등장한다. 중학생 때부터 발레 영재로 정몽구 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고, 각종 갈라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 화려한 수상 이력이 더해지면서 그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2023년부터 최근까지 한국무용교사협회 전국무용콩쿠르(대상), 코리아국제발레콩쿠르(금상), 서울국제무용콩쿠르(은상)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그가 예술중·고교 진학으로 이어지는 시류를 따르지 않았기에 이같은 성과는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예술고등학교는 아무래도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요. 저는 하루 빨리 프로무용수가 되고 싶어서 과감히 홈스쿨링을 선택했습니다."
지난해 12월 '호두까기 인형' 전막 주인공으로 화제
그가 종일 시간을 보내는 곳도 입시 전문 발레 스튜디오가 아닌 일반인 대상 취미 발레 학원이다. 이 곳 염지훈 원장은 유니버설발레단·뉴질랜드국립발레단 무용수 출신으로 염다연의 아버지이자 스승이다. 딸이라고 특별 대우는 없다. 염다연은 다른 수강생들과 똑같이 수업을 듣고 원장의 혹독한 피드백을 받는다. 콩쿠르 직전 특훈 같은 것도 없다. 염다연은 "늘 하던대로 연습하다가 대회에 나가면 자기 객관화가 잘 된다"며 "어떤 점이 내게 부족했다는 걸 확실히 배우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기억이 희미한 어린 시절부터 그는 발레 연습실에서 놀았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자연스레 발레를 접했다. 본격적으로 무용수의 길을 걷기로 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었다."아버지는 무용수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계신 분이에요. 그래서 항상 '네가 싫다면 하지 말아라,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발레가 싫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는 발레는 좋았지만 천부적 신체 조건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키가 145cm에 불과했고 팔, 다리가 긴 체형도 아니었기에 발레를 계속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기적처럼 중학교 1학년 때, 20cm가 자랐고 비율도 발레에 적합하게 변했다. 그는 "발레를 계속 하라고 하늘이 도운 것 같다"며 웃었다.마리아넬라 누녜즈(영국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존경한다는 그의 단기 목표는 20세 전 로열발레단 입단이다. "누녜즈의 춤과 연기를 보면 정말 그 캐릭터에 푹 빠져서 진심을 다하는게 느껴지거든요. 입단해서 그분에게 배우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어린 나이이기에 감정 경험의 폭이 적은 건 유일한 단점이다. "아버지와 작품에 대해 많이 대화하면서 캐릭터 분석을 하고 왜 그 동작을 하는지, 동작 하나하나에 마음을 심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자연스러워질 날이 올 거라 믿으면서요." 그런 의미에서 전막 주연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도 테크닉과 고도의 감정 연기가 모두 요구되는 <지젤>과 <백조의 호수>다."발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움직임으로 관객에게 색다른 감동을 주는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니 제가 발레에 끌렸던 이유와 같네요. 발레를 통해 진심을 객석에 전하는 예술가가 되는 게 저의 장래희망입니다."
이해원 기자·사진=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