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떡이 커보이네" 안마의자 톱2의 '시장 뺏기' 경쟁 치열[中企 라이벌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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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라이벌 열전]혁신 없는 성장은 불가능한 시대다. 시장에서 1, 2위를 달리는 기업은 부단한 노력을 통해 그 자리를 지켜내야 한다. 이 경쟁에서 라이벌의 존재는 성장의 원동력이 되기 마련이다. 각 업종별 라이벌의 치열한 1위 다툼을 통해 선두주자들의 경영전략과 업황을 분석하고자 한다.'파우제처럼 예쁜 마사지 소파' vs. '안마 기능 강화한 파우제'.
안마의자 톱2 기업의 '경쟁사 따라하기'
바디프랜드는 파우제 닮은 마사지 소파를
세라젬은 로봇 닮은 파우제 신제품을 선보여
시장 포화, 업황 부진에 '파이 나눠먹기' 돌입
안마의자 '톱2' 기업이 경쟁사의 주력제품을 빼닮은 신제품을 내놓는 등 시장 확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안마의자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판단, 경쟁사의 소비자층을 뺏어오려는 '파이 나눠먹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닮은꼴 신제품 내놓은 '톱2'
선전포고를 한 건 바디프랜드다. 지난달 가구 브랜드 '파밀레'를 처음 선보이면서 '예쁜 디자인'을 강조한 마사지 소파를 출시했다. '로봇 테크놀로지'를 강조하며 큼지막한 안마의자를 줄줄이 내놓던 기존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다. 경쟁사인 세라젬의 마사지 소파 파우제가 2020년 출시 이후 총 9만5000여대 팔리는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데 착안, '가구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디자인을 강조한 1인용 마사지 소파를 선보인 것이다. 세라젬도 '파우제 M8'으로 맞불을 놨다. 지난해 4월 '파우제 M6'를 선보인 지 8개월 만에 또 신제품을 내놓은 것. M8은 기존 파우제와 달리 발 끝까지 전신 안마 기능을 갖췄고 지압 효과를 강화했다. 디자인도 기존 파우제 제품들과 달랐다. 다리까지 마사지 기능을 넣으면서 좀 더 '안마의자'처럼 설계했다. 바디프랜드의 로봇 테크놀로지 제품들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파우제는 짧아야 1년, 길면 1년6개월 가량의 간격을 두고 신제품이 나왔는데 한 해에 두 개 제품을 출시한 건 작년이 처음이다.
'파이 나눠먹기' 분석도
톱2가 상대 기업의 주력제품을 닮은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은 배경에는 안마의자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안마의자 형태의 제품을 대중화한 바디프랜드는 매출이 2013년 785억원에서 이듬해 1438억원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 하지만 2021년 6110억원을 정점으로 2022년 5436억원, 지난해 4196억원까지 줄었다. 기존 제품만으로는 더 이상 저변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세라젬도 마찬가지다. 1999년 의료기기 안마베드로 시작한 이 회사는 2020년 매출 3002억원에서 이듬해 667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이때 1위였던 바디프랜드를 꺾고 업계 1위에 올랐다. 2022년 최고 매출인 7501억원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5846억원으로 꺾였다. 업황 부진과 경기불황 장기화, 안마의자 시장의 포화 등으로 실적이 부진하자 올해는 '7케어'라는 전략으로 '종합 헬스케어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이 역시 기존 제품만으로는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이다.
이벤트도 닮아가는 '톱2'
올해는 톱2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1위 세라젬은 지난해까진 1위를 유지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지만, 올해는 더 박빙의 경쟁이 될 것을 대비해 안마베드 2대를 사면 파우제 1대를 증정하는 '2+1 이벤트'를 처음으로 기획했다. 이 역시 바디프랜드가 명절 때마다 진행했던 증정 프로모션과 유사하다.
바디프랜드는 파우제 시장과 가구 시장의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짰다. '파밀레' 브랜드로 올 상반기 중에 다인용 소파, 특별한 기능을 담은 침대 등을 줄줄이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연매출이 전년(4196억원)보다 5~6%가량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하면서 올해는 '파밀레' 브랜드로만 1000억원의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안마의자 업계 관계자는 "이미 안마의자를 집집마다 다 들여놓은 상황에서 신규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며 "가구든 경쟁사 제품이든 기존 시장의 소비자를 뺏어오지 않는 한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