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태에 제주항공 참사까지"…최대주주 '애경 불매' 움직임도

비행시간·편수 늘려 수익 확보에 몰두
여객기 크고 작은 사고 잇따라

가습기살균제 사태로도 도마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왼쪽부터)와 최형석 애경 총괄부회장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 대기실을 방문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이후 온라인상에선 일부 소비자 중심으로 저비용 항공사(LCC)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산업에 대한 불매 움직임이 일고 있다.

30일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2080′ ‘리큐’ ‘트리오’ 등 애경그룹이 보유한 브랜드 목록이 수만회 이상 공유되며 불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애경그룹은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의 모회사다. 애경그룹은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와 민관 합작으로 제주항공을 설립했다.설립 이듬해인 2006년 국내선 취항을 시작한 제주항공은 2009년 국제 노선으로도 외연을 확장했고 2015년에는 국내 LCC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제주항공 운항 편수는 2233편으로 국적 항공사와 LCC를 통틀어 대한항공(3325편)에 이어 2위다. 여객 수도 40만4000명으로 대한항공(50만8000명)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이 같은 고속 성장과 별개로 안전 관리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2020∼2022년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후 이런 영업 관행은 더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올 3분기 기준 제주항공 여객기 평균 가동 시간은 월 418시간으로 대한항공(355시간)이나 아시아나항공(335시간)을 크게 웃돈다. 같은 LCC인 티웨이항공(386시간) 진에어(371시간) 에어부산(340시간) 등과도 차이가 크다.

항공사 월평균 가동 시간은 총 유상 비행시간을 항공기 운용 대수로 나눠 산출한다. 가용 비행시간을 최대한 늘려 수익을 끌어올린 것이지만 한편으론 기체 노후화가 빨라지는 한 원인이 된다. 제주항공은 2021년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종합 안전도 조사에서 최하위(C++) 점수를 받기도 했다.실제 제주항공은 설립 이래 다수의 크고 작은 사고를 냈다. 2007년 8월에는 김해공항에서, 2013년 2월엔 김포공항에서 각각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9년에는 김해공항 이륙 직후 기체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생겨 급히 회항하는 일도 있었다. 국토부는 이듬해 11월 제주항공이 자동항법장치 고장 사실을 인지하고도 운항을 강행한 것으로 보고 과징금 6억600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관련 대법원 판결 관련 기자회견에서 아내를 잃은 유가족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매를 주장하는 일부 소비자들은 최근 대법원에서 2심의 유죄 판결이 '파기 환송'된 가습기 살균제 사태도 함께 거론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인체에 해로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사망 12명을 포함해 사상자 98명을 낸 혐의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가 재판을 받고 있다.

애경그룹은 참사 당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명의의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애경그룹 측은 사과문에서 “이번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께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와 조의의 말씀을 드리며 유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한 이번 사고로 많은 분들이 겪고 계신 슬픔과 고통에 깊이 통감하고 있으며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관계 당국 조사와 지원에 적극 협조할 것이며, 피해자 가족 분들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