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텍 "세계 3대 ATM 제조사 도전"
입력
수정
지면A14
기업 탐방금융자동화기기(ATM) 제조와 정보기술(IT) 플랫폼 전문기업인 에이텍 신승영 대표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신 대표는 1989년 LG전자 컴퓨터사업부를 그만두고 용산전자상가에서 PC 수리업을 시작했다. 1993년 에이텍 법인을 설립한 뒤 컴퓨터와 주변기기 제조로 발전했다. LCD(액정표시장치) 일체형 PC로 ‘대박’을 터뜨린 신 대표는 기세를 몰아 LCD TV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쓴맛을 봤다.
신승영 대표의 글로벌 경영
금융자동화 사업 LG에서 인수
국내에선 효성과 양강 구도
부품 국산화해 아시아·유럽 공략
이를 딛고 교통카드 시스템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ATM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회사를 중견 그룹사로 키워냈다. 신 대표는 지난 27일 “우리 ATM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4년 내 글로벌 ATM 시장 빅3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에이텍그룹은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에이텍과 에이텍모빌리티 등 5개 관계사로 구성된 중견기업이다. 신 대표는 그룹 중심에 ATM 제조를 두고자 최근 조직을 정비했다. 공공부문 PC·모니터 사업에 주력하던 에이텍이 ATM 사업을 담당하는 에이텍에이피의 영업 일체를 양수했다. 기존 PC 사업은 에이텍컴퓨터로 물적분할했다.
신 대표가 힘을 싣고 있는 금융자동화 사업은 에이텍이 2017년 LG CNS에서 인수했다. 이 사업부는 1989년 LG전자 금융부문에서 출발한 만큼 오랜 업력을 갖춰 국내 시장 입지가 탄탄했다. 하지만 핀테크와 모바일 등 디지털금융 활성화로 국내 성장 둔화는 불가피했다.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다 에이텍 품에 안겼다.에이텍은 국내 ATM 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효성과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신 대표는 해외에서 기회를 찾았다. 기술력만큼은 세계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TM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폐 환류 기술이다. 입금된 현금을 확인하고 빠른 시간에 정확한 액수를 출금하는 시스템이다. 2009년 국산화 이전까지 일본에서 전부 수입했다. 에이텍은 지폐 환류 모듈의 국산화와 현금·수표를 동시에 처리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신 대표는 이를 앞세워 글로벌 공략에 나섰다. 에이텍은 베트남과 이란 등 아시아 시장을 넘어 영국과 포르투갈 등 유럽으로 진출했다. 최근 1~2년 사이 러시아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신 대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미국·일본 기업은 러시아에서 철수했지만 우리는 거꾸로 진입했다”며 “시멘트와 금속 등을 재료로 ATM 안에 더 단단한 금고를 만드는 등 차별화를 통해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2022년 320억원 수준이던 그룹 수출액은 올해 743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에이텍은 탄핵정국에 정치 테마주로 묶여 이달 초 1만7000원 선을 횡보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4만6300원까지 치솟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신 대표가 성남창조경영자포럼 운영위원을 맡았다는 이유에서 이 대표 테마주로 분류됐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회사 주가가 폭등한 사이 신 대표는 8만2500주, 장남인 신종찬 씨는 9만3661주를 매도했다. 회사 측은 “경영권 방어 목적의 주식 거래였다”고 해명했다. 주가가 고평가됐을 때 팔고, 가격이 내려가면 매수해 지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