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영토 관통' 러 가스관 잠근다…동유럽 비상사태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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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감 커지는 유럽내년부터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이 끊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올해 만료되는 5년 기한의 가스관 경유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에너지 대란’이 우려된다.
우크라 가스관 경유 계약 종료
러시아 전쟁 자금줄 차단 나서
러 가스 의존도 높은 동유럽 반발
몰도바 대규모 정전사태 우려
유럽 가스 저장량 빠르게 줄고
美 LNG 수출확대 지연에 불안
○러·우 전쟁에 새우등 터지는 동유럽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운송 중단이 유럽연합(EU) 경제에 러시아보다 더 큰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하며 EU 집행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피초 총리는 유럽 기업과 가정이 가스 요금과 전기료 인상으로 연간 최대 1200억유로(184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반면 러시아의 손실은 연간 20억유로(약 3조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피초 총리는 가스관 계약 종료에 반발하며 우크라이나로의 전력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전력 부족 상황에 처해 있어 슬로바키아를 포함한 인접국에서 전력을 수입하고 있다. 슬로바키아가 전력 수출을 중단하면 우크라이나는 대응 조치로 러시아와 동유럽을 잇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러시아산 석유 공급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러시아산 가스는 동유럽 국가엔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슬로바키아는 자국 가스 수요 중 3분의 2를, 헝가리는 수입 가스 가운데 3분의 2를 러시아에서 공급받고 있다. 헝가리는 러시아·튀르키예 간 투르크스트림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계속 공급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몰도바 “에너지 소비 3분의 1로 축소”
전체 천연가스 사용량의 9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몰도바에서는 대규모 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국영 기업 가스프롬이 몰도바 가스 중단을 통보한 지 하루 만인 이날 몰도바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 당국은 12개 국가 기관에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가스프롬은 지분 절반 이상을 소유한 몰도바 주요 가스 기업 몰도바가스와의 계약 해지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는 친서방 노선으로 기운 몰도바 정부를 향한 보복 조치로 분석된다. 로이터는 “이번 가스 공급 중단으로 몰도바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몰도바 정부는 에너지 위기에 대비해 지난 13일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내년부터 에너지 소비를 최소 3분의 1까지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 및 상업용 건물의 조명 사용을 최소 30% 줄이고,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사업체는 비혼잡 시간대에만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EU “러시아 가스 의존 줄이자”
EU 집행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양국 간 가스 운송 협정을 중재했지만 이번에는 개입하지 않고 있다. EU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산 가스 운송 중단이 유럽 가스 가격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미 시장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EU는 에너지 공급원을 다각화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때 EU 천연가스 시장 점유율이 35%에 달한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격히 입지가 축소됐다. 노르웨이, 미국 같은 경쟁국이 러시아의 점유율을 가져갔다.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남은 위험 요소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유럽 가스 저장고의 빠른 감소 속도다. 올해 겨울 유럽의 가스 저장량은 지난해 겨울보다 한 달 빨리 역내 가스 저장시설의 75%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남은 겨울뿐만 아니라 내년 비축 작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는 “2022년 에너지 위기 이후 유럽 경제는 여전히 회복이 더디다”며 “지속적인 가스 가격 변동성은 기업과 가정이 미래를 계획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미국의 EU에 대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 계획이 지연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에너지 수출기업 셔니어에너지는 내년 텍사스주 LNG 공장 가동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나톨 페이긴 셔니어에너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달 초 “2025~2026년 겨울을 앞두고 천연가스 시장이 안심할 수 있는 저장 수준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