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안 여객기 참사…국내 공항 안전 총체적 재점검을
입력
수정
지면A31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 참사의 충격이 새해를 앞둔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계엄·탄핵 정국에 엎친 데 덮친 격인 대형 재난이어서 국민적 트라우마까지 우려될 정도다. 사고 원인을 명백히 밝히고 재발 대책을 마련하는 게 그나마 조금이라도 사회적 충격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어이없는 사고의 원인으로는 기체 결함,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무안공항의 안전시설 문제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어제도 같은 항공사의 동일 기종에서 랜딩기어 이상이 발견돼 김포공항 이륙 직후 회항하는 일이 있었던 만큼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 등을 우선 의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무안공항의 입지나 시설 등이 사고를 키웠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무안공항은 애초 낮은 경제성과 철새 도래지에 둘러싸인 입지 탓에 논란이 컸지만, 정치 논리로 건설을 강행해 2007년 문을 열었다. 연간 수백만 명이 이용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달리 지난해 이용객은 24만6000명에 그쳤다. 하루에 고작 674명이 이용한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땐 활주로 이용률이 0.1%에 불과해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막대한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안전시설과 인력 투자가 충분했을 리 없다.
이렇게 정치 논리로 지어진 공항은 무안공항만이 아니다. 지금도 대부분 지방 공항이 적자를 내지만 표만 쳐다보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앞다퉈 자기 지역에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경제성은 뒷전이고 우선 짓고 보자는 식이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하고 정부는 제대로 교통정리도 못 하는 상황이다. 안전성과 경제성 논란이 끊이지 않은 가덕도신공항 등은 완공 시점을 앞당기며 속도전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현재 운영 중인 공항은 물론 공사를 하고 있거나 건설 계획이 확정된 공항들의 안전 문제를 이번 기회에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특히 이번 무안공항 사고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있어서는 안 되는 시설물” “범죄 행위에 가깝다”고 지적한 활주로 끝단의 둔덕과 콘크리트 구조물이 일부 다른 공항에도 있다고 하니 철저한 조사와 조치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이착륙이 아니라 최악의 비상 상황을 가정해 안전성을 판단해야 한다. 건설·계획 단계 공항들도 마찬가지다. 공항의 경제성은 단순히 수지 문제를 넘어서 결국은 안전 문제로 직결된다는 것을 이번 참사가 보여준다. 초대형 사고 때마다 되풀이한 ‘안전한 대한민국’ 다짐이 이번만큼은 구호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어이없는 사고의 원인으로는 기체 결함,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무안공항의 안전시설 문제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어제도 같은 항공사의 동일 기종에서 랜딩기어 이상이 발견돼 김포공항 이륙 직후 회항하는 일이 있었던 만큼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 등을 우선 의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무안공항의 입지나 시설 등이 사고를 키웠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무안공항은 애초 낮은 경제성과 철새 도래지에 둘러싸인 입지 탓에 논란이 컸지만, 정치 논리로 건설을 강행해 2007년 문을 열었다. 연간 수백만 명이 이용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달리 지난해 이용객은 24만6000명에 그쳤다. 하루에 고작 674명이 이용한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땐 활주로 이용률이 0.1%에 불과해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막대한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안전시설과 인력 투자가 충분했을 리 없다.
이렇게 정치 논리로 지어진 공항은 무안공항만이 아니다. 지금도 대부분 지방 공항이 적자를 내지만 표만 쳐다보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앞다퉈 자기 지역에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경제성은 뒷전이고 우선 짓고 보자는 식이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하고 정부는 제대로 교통정리도 못 하는 상황이다. 안전성과 경제성 논란이 끊이지 않은 가덕도신공항 등은 완공 시점을 앞당기며 속도전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현재 운영 중인 공항은 물론 공사를 하고 있거나 건설 계획이 확정된 공항들의 안전 문제를 이번 기회에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특히 이번 무안공항 사고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있어서는 안 되는 시설물” “범죄 행위에 가깝다”고 지적한 활주로 끝단의 둔덕과 콘크리트 구조물이 일부 다른 공항에도 있다고 하니 철저한 조사와 조치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이착륙이 아니라 최악의 비상 상황을 가정해 안전성을 판단해야 한다. 건설·계획 단계 공항들도 마찬가지다. 공항의 경제성은 단순히 수지 문제를 넘어서 결국은 안전 문제로 직결된다는 것을 이번 참사가 보여준다. 초대형 사고 때마다 되풀이한 ‘안전한 대한민국’ 다짐이 이번만큼은 구호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