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청소년, 데이터 공짜로 줘라"…포퓰리즘 부담 민간에 떠넘긴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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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레이더노인과 청소년이 사실상 무료로 스마트폰의 인터넷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됐다. 사회적 약자가 어떤 상황에서든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하도록 하자는 취지지만, 관련 비용은 통신업체가 온전히 부담한다. ‘통신 복지’라는 명분으로 민간사업자에게 관련 부담을 떠넘기는 관행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동영, 전기통신법 개정안 발의
'통신 기본권'…비용은 통신사가
업계 "재원 마련안 부터 내놔야"
30일 국회에 따르면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올렸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김현 간사 등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려 당내에서도 상당히 힘을 싣는 법안으로 평가된다.법 개정안은 노인과 청소년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요금제의 데이터 용량이 모두 소진되더라도 추가로 데이터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데이터 소진 시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정하는 속도로 데이터를 무료로 이용하도록 한다. 정 의원은 이를 ‘통신기본권’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데이터 용량이 소진되면 노인과 청소년은 긴급 상황 시 정보를 찾거나 연락을 취하기 어려워진다”며 “통신 이용자에게 최소한의 이용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통신기본권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향후 관련 서비스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관련 비용은 모두 통신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미 일부 통신사는 청소년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요금제에서 기본 데이터 제공량 소진 후 낮춰진 속도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법적으로 모든 통신사에 강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 복지를 확대하려고 한다면 정부 차원에서 건설적인 재원 마련 안부터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이미 전기통신사업법에 규정된 ‘보편적 역무’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와 기초연금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을 대상으로 통신비도 일부 감면하고 있다.
또 해외와 비교해 유독 국내에서만 국가 차원에서 제공해야 할 통신 복지 관련 재원을 민간사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은 정부가 운영하는 기금인 ‘유니버설 서비스기금(USF)’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통신 요금 감면이나 복지 정책을 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통신복지 기금 확보를 위해 통신사 외에 글로벌 빅테크와 인터넷 기업 등의 분담금 기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배성수/정지은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