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10만원 할인" 파격에도…반응 시큰둥한 이유 [현장+]
입력
수정
"단통법 없애나 마나"…'성지'마저 한산했다“원래도 불법 보조금이 성행했던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 달라지는 건 없어요. 그저 우리가 '범법자' 신세는 면하는 것뿐이죠.”
휴대폰 매장이 몰려 있는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신현호 상우회장은 지난 27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앞선 26일 단통법 폐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정치권은 단통법 폐지가 '지원금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이처럼 시큰둥했다.단말기를 통신사 대리점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이른바 ‘성지’(은어)라 불리던 테크노마트 역시 정작 휴대폰 판매상들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 회장은 “(단통법 폐지가) 사실 우리한테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고 했다. “더 이상 음지에 숨어 판매하지 않고 떳떳하게 할인 판매를 할 수 있다는 것뿐, 손님이 늘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곳의 휴대폰 판매업자 강모 씨도 “단통법이 있으나 마나 여기는 상관 없다. 원래부터 (단말기) 할인을 100만원씩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구매 상담을 받아보니 테크노마트는 지난 9월 국내 출시된 아이폰16 모델(256GB)을 출고가 139만7000원에서 111만원이나 할인된 28만7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단통법상 최대 50만원으로 설정됐던 전환지원금 등의 기준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테크노마트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소비 심리가 위축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실정. 단통법이 폐지됐다고 해도 10년 전 단통법 시행 이전처럼 집단상가가 북적북적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판매업자들은 업계 침체의 근본적 원인은 단말기 가격보다는 '고가 요금제'에 있다고 짚었다.
신 회장은 “사실 진짜 문제는 요금제다. 단통법 폐지로 단말기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도 요금제 때문에 다들 망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할인을 많이 한다 해도 월 10만원 이상 요금제를 일정 기간 쓰도록 하다 보니 판매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최근 휴대폰을 바꾸러 테크노마트를 찾았던 20대 여성 김모 씨도 “테크노마트에서 사는 게 기기 값은 더 쌀지 몰라도 의무 가입해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하는 요금제가 너무 비싸 구매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말기 보조금을 100만원이나 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자리에 앉았는데 11만원짜리 요금제를 6개월 동안, 유료 부가 서비스도 3개월 써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면서 “그냥 온라인으로 단말기를 사서 알뜰 요금제를 쓰는 게 더 싸겠다는 생각에 구매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의 말처럼 고가의 최신 휴대폰을 100만원 넘게 할인 받아 구매한다고 해도 고가 요금제 유지까지 감안한 '실구매가'는 오히려 비싸단 얘기다.예컨대 아이폰 16 모델(256GB)을 정가에서 111만원 할인된 28만7000원에 구매해 2년간 사용할 경우 월 11만원짜리 요금제를 6개월간 쓰고 그 후 6만9000원짜리 요금제(월 데이터 제공량 110GB)를 18개월간 쓴다면 총 금액은 218만9000원(기기값 28만7000원+2년간 통신비 190만2000원)에 달한다. 반면 단말기를 제값에 산 다음 2만5000원짜리 알뜰 요금제(월 데이터 제공량 110GB)를 2년간 사용한다면 약 200만4000원(기기값 139만7000원+2년간 통신비 약 60만7000원)이라 더 저렴하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