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계엄 환율급등→제주항공 참사…여행업계 '산 넘어 산'

소비자 불안에 예약 취소
같은 기종 상품에도 불똥
30일 서울 종로구 중소 여행사들 모습. 사진=뉴스1
연말·연초 성수기를 앞두고 탄핵 정국과 환율 급등으로 여행심리가 위축된 데 이어 대형 참사로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해외여행을 계획한 여행객들이 비행기 탑승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며 잇따라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에 나서면서다. 침체된 분위기에 여행 수요가 줄어들까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다.

31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 이후 저비용항공사(LCC) 이용 상품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 확산을 염려하고 있다. 동계 시즌 인기 여행지인 동남아, 일본으로 가는 패키지 상품 대다수가 LCC를 이용해서다. 안전을 이유로 취소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29일 오전 0시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항공권 취소 건수는 국내선 3만3000여건, 국제선 3만4000여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제주항공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이솔 기자
또 참사 여객기와 같은 보잉사 B737-800기종을 회피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제주항공의 B737-800기종은 사고 다음 날에도 기체 결함으로 회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행객 불안을 가중시켰다.

다음 주 동남아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여행할 때 항공편 기종까지 확인한 적 없었는데 뉴스를 보고 찾아보게 됐다"며 "같은 기종이라 불안해 시간대를 바꾸거나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설 연휴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던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항공 사고 확률이 높지 않다지만 불안하게 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아 취소했다"며 "현재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 강행하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해 일정을 취소했다"고 말했다.주요 여행사들은 프로모션 등 마케팅 활동을 중단하고 비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불안해하는 여행객을 위한 취소 수수료 면제 방침도 내놨다.

하나투어는 다음 달 10일까지 출발 예정인 제주항공 이용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를 전면 면제하기로 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항공권은 물론 패키지 여행에서 호텔, 현지 행사 등에서 발생하는 취소 수수료도 부과하지 않는다"며 "동일 일정의 타 항공사 상품으로 변경하는 것도 취소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다른 여행사도 제주항공 정책에 따라 취소 안내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에서 국내·국제선 전 노선에 대한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한 만큼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여행상품 취소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앞서 여름 성수기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손실을 봤던 여행업계는 탄핵 정국과 고환율, 이번 참사까지 계속 '악재'가 터졌다. 하나투어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1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줄었고, 모두투어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6억 원으로 45.3%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참사 여파로 다른 일정을 취소하는 사례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신규 예약이 감소할 것으로 보여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