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활기 띠나 했더니"…무안공항 사고에 탑승객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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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정기 노선 띄운지 한 달도 안 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무안국제공항 활성화 날개짓이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꺾였다. 이달 초부터 국내 항공사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국제선 정기 노선을 띄웠지만 최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일부 여행객들 "불안해서 무안공항 이용 못하겠다"
진에어·제주항공, 무안발 항공권 예약 닫고 상황 지켜보는 중
일부 여행객들은 이번 사고로 무안공항을 이용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어 공항 활성화는 한 걸음 더 멀어지게 됐다.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활주로 이탈 사고로 내년 1월 1일 오전 5시까지 무안공항 활주로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필요에 따라 기간은 변경될 수 있다.
앞서 지난 29일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2216편 여객기가 착륙 도중 활주로를 이탈, 공항 내 담벼락을 들이받았다. 사고 항공기는 화재로 전소됐고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무안공항 활주로가 폐쇄되면서 무안공항으로 들어오기로 했던 항공기들은 당분간 인천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뿐만 아니라 사고 수습과 원인 조사 등을 위해 당분간 공항이 정상 운영되기도 어려운데다 이용객들이 무안공항 이용을 꺼리는 심리적 위축도 당분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8월 문을 연 무안공항은 연간 14만회 이착륙이 가능한 2800m 길이의 활주로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운항편과 이용객이 적어 국제공항의 지위가 위태로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3년만에 국제선 정기 노선이 재취항했고 이번 달부터는 개항 이후 처음으로 데일리 국제선 운항을 시작했다.
진에어는 지난 2일부터 무안~오사카 노선의 운항을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무안에서 출발하는 나리타, 타이베이 등 국제 노선과 제주 국내 노선 등 총 4개 노선을 매일 운항한다. 지난 8일부터는 제주항공이 일본 나가사키, 대만 타이베이, 태국 방콕, 말레이시아 코나키나발루, 제주 정기편 운항을 시작했다. 무안공항에 국제 정기노선이 취항하는 것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노선이 중단된 지 4년 만이다. 전라남도 등은 정기노선 취항이 무안공항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했으나 제주항공 참사로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실제로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서 일부 네티즌들은 무안공항을 이용하기가 꺼려진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제주항공 사고 영상을 보면 여객기가 부딪힌 벽이 콘크리트가 아니라 철조망이었다면 생존자가 더 많이 나왔을텐데 안타깝다"며 "지방 작은 공항의 문제점들이 이번 기회에 좀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항공, 진에어 등은 무안발 전 항공 노선의 예약을 닫아놓은 상태다. 이후 상황을 보면서 예약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불안해하는 탑승객들을 위해 요청할 경우 무안공항발 항공권을 수수료 없이 환불 또는 여정 변경처리하고 있다.제주항공 관계자는 "우선 사고 수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무안공항 활주로 폐쇄가 연장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며 "운항 재개 여부는 국토부, 무안공항 측과 충분히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