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이냐 광풍이냐 '판가름'…美·中 갈등에 핵무기 경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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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인공지능(AI)은 인류가 보유한 자원의 한계를 시험하며 급속한 발전을 거듭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전방위 경제적 갈등을 넘어 핵무기 보유량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5 세계대전망’에서 이같은 전망을 내놨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베팅이라고 불리는 AI 투자가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곧 판가름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英 이코노미스트誌 세계 대전망
AI개발, 전력자원 한계에 직면
신약·국방 등 활용 분야는 다양
中 경기부진…원자재값 안정세
군축 시대 끝나고 核 경쟁 도래
○한계 넘나드는 AI
이코노미스트는 그간 투자업계와 기업을 중심으로 불어닥친 ‘AI 광풍’이 내년 도마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세계 AI 데이터센터 지출은 1조4000억달러(약 1980조원)가 넘을 전망이다. 지금과 같은 AI 개발은 곧 전력 자원의 한계와 마주할 전망이다. 오픈AI가 챗GPT-4를 훈련하는 데 미국 가정 50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사용됐다. 다음 세대 모델 개발에 들어가는 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급증해 2026년엔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1000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학습 데이터도 부족하다.업무와 생활에 AI를 도입하는 속도는 ‘에이전틱 AI 시스템’ 등으로 가속화할 전망이다. 자율적으로 행동해 목표를 달성하는 에이전틱 AI 시스템은 공급망 최적화, 보안 취약점 파악 등 기업 활동에 전방위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AI는 단순 사무작업을 넘어 신약 개발이나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드론 등 저비용 고효율 무기가 부각되면서 정부 및 방산 대기업과 AI스타트업의 협업도 가속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AI는 모니터 속 챗봇인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넘어 인간의 현실 시간과 공간에서 상호작용하는 대규모세계모델(LWM)로의 진화를 시작할 전망이다.
○에너지·원자재 가격 하락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지면서 각국 통화 정책과 경제 정책은 정상화할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다. 세계 각국의 부진한 경제성장률 전망과 인구 증가 둔화 등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각국 정부의 국방비 등 예산 증액으로 인한 재정적자, 관세와 공급망 위기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점화 위험은 당분간 고금리를 지속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내년 에너지 소비량은 약 2% 늘어 원유 환산 기준 14조5000억톤(t)으로 신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화석 연료는 여전히 에너지의 80% 이상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발전의 절대적 용량이 늘고,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에너지 가격은 낮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미국과 브라질, 캐나다 등 중동 외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 약세 속에서 오렌지, 커피 등은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의 이상기후 현상으로 내년에도 가격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세계 최대 농축 우라늄 수출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 원자력발전의 재유행으로 우라늄 품귀 현상도 예상된다.○중국과 미국의 핵무기 경쟁
우크라이나·중동 전쟁을 계기로 ‘3차 핵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이 수만 개 핵탄두를 두고 대치한 1차 핵시대, 인도와 파키스탄 등이 핵무장한 2차 핵시대에 이어 강대국이 핵무기 보유량을 다시 늘리는 3차 핵시대가 열릴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상호 핵탄두 보유량을 제한하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은 2026년 2월 만료된다. 3차 핵시대는 미국과 러시아 경쟁에 중국이 가세해 3자 경쟁 구도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중국과 전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 전기차, 인터넷 전자상거래 등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에 대응해 동남아시아 남미 동유럽 등 다양한 곳으로 생산 시설을 옮기고 판매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핵무기 확충에도 박차를 가해 현재 500여기의 핵 탄두를 2035년 1500기로 늘릴 것이라고 미 국방부는 분석했다.김인엽/이현일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