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비타민 사먹지"…장보러 갔다가 손이 '파르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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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로 치솟는 과일값
제철 과일 작년보다 20~30% 치솟아
이상기후 탓에 재배물량 감소

최근 과일 값이 크게 오르면서 나타난 현상. 일반 소비자들이 과일 대체재를 찾을 정도로 올해 겨울 제철 과일인 감귤과 딸기 가격은 많이 올랐다. 재배 면적 감소와 올여름 폭염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여파다.
귤·딸기 등 제철 과일 가격도 고공행진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딸기 100g 가격(상품)은 2798원으로 1년 전(2403원)보다 16.4%, 평년(2117원)보다는 32.1% 높았다. 딸기 1㎏을 사먹으려면 약 2만8000원을 줘야 한다. 딸기값이 오르면서 프랜차이즈 카페 등도 겨울철에 내놓는 딸기 음료와 디저트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겨울 과일을 대표하는 노지감귤 역시 10개 가격이 4459원으로 1년 전(3853원)보다는 15.7%, 평년(2901원)보다 53.7% 비싸다. 다른 과채류 값도 많이 올라 방울토마토(30.8%) 배(21.7%) 토마토(20.4%) 등의 가격이 평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서울 청량리 청과물 시장에서 2대째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박경기 씨(30)는 “설향 딸기 1kg가 작년에는 2만2000원대였는데 올해는 2만5000원씩 한다”면서 “시세대로라면 최소 2만8000원은 받아야 하는데 손님들이 가격 비싸다며 안 사가니 울며 겨자먹기로 값을 낮춰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김용규 씨(69)는 “올해 딸기 농사 짓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역대급 폭염에 병묘가 속출한 데다 딸기 묘목 자체도 제대로 자라지 않아 뽑았다가 심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품질도 들쑥날쑥하고 생산량도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서는 "과일 안 팔린다"
과일 값 폭등에 상인들은 장사가 안 된다며 아우성이다. 청과물 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30)는 “(설) 명절까지 과일 가격이 쭉 오르는 시기인데 그때까진 계속 안 팔릴까봐 걱정”이라며 “경기까지 나빠 손님들이 필수 식품이 아닌 과일 소비부터 줄이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과일 매대를 운영하는 김희언 씨(67)도 “올해는 조생귤을 바구니로는 안 팔고 박스째로만 판다”면서 “과일 원가가 원체 올라 바구니로 팔면 남는 게 없다. 그나마도 잘 안 팔려 장사를 공치기 일쑤”라고 했다.다만 정부는 이달 들어 딸기나 귤 등 제철 과일 수급이 늘어나면 채소류 가격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출하량이 늘고 지난해 수준 이상 생산량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딸기 정식(의향) 면적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조사돼 지난해 12월 출하 면적도 1.4%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과일값 등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생육관리협의체를 중심으로 생육 상황을 점검하고 기술 지도를 확대하는 등 공급 안정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