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10만원'에 밥 차려줘 건강 챙겨줘…"신세계가 따로 없네" [집코노미-집 100세 시대]
입력
수정
[프리미엄 콘텐츠 집코노미 - 집 100세 시대]
전남 장성 '누리타운' 영구임대식 공공복지주택
월 임대료 통상 실버주택의 '30분의1' 수준 불과
안전한 배리어프리 환경에 점심식사도 '무료'
건물내 사회복지관 가구별 약처방 대신 받아줘
여가교실, 건강증진실, 찜질방 등 운영
월 10만원의 임대료만 내면 살 수 있는 노인복지주택이 있다. 2019년 전남 장성군에 들어선 '누리타운'이다. 누리타운은 광주·전남지역 최초로 65세 이상 어르신들 가운데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분들에게 영구임대 방식으로 제공하는 공공복지주택이다. 개관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해 경북 안동시·충북 보은군·전북 부안·고창군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노인복지주택 사례 연구를 위해 찾기도 했다.
월 10만원에 노인 서비스까지 '원스톱'
누리타운은 10층 높이에 150가구 규모로 면적에 따라 단독가구가 사용하는 A형(전용면적 25㎡)과 부부가 사용하는 B·C형(전용 35㎡)으로 나뉜다. 이곳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바로 임대료에 있다. 통상 실버복지주택의 1인 월 임대료는 적게는 180만원에서 300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의 임대료는 저소득층을 기준으로 부부가 사는 35㎡의 경우 보증금 1028만~1531만원에 월 8만6000~12만8000원 정도만 내면 된다. 저렴한 임대료가 가능한 이유는 장성군이 보증금과 임대료를 영구임대주택 수준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생활 속에서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건물 전체에 문턱을 없앤 게 누리타운의 가장 큰 특징이다. 화장실에는 수압식 높이 조절 세면대와 안전 손잡이가 있다. 복도를 비롯해 엘리베이터 앞까지 이동로 벽면에 안전 손잡이가 있다. 이 같은 설계는 2020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본 인증'에서 우수등급 평가를 받기도 했다. 건물 안에는 사회복지관을 운영해 가구별 심층 상담은 물론 각종 노인복지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인근에 있는 보건소와 연계해 건강 체크 서비스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복지관 직원이 처방전을 대신 받아 광주·전남 일대 약국 10여 곳에 연락해 택배로 약을 받기도 한다.다른 노인복지주택에서 운영하는 여가교실, 건강증진실, 찜질방 등도 내부에 있어 주거·복지·보건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원스톱 시스템'이라는 게 누리타운만의 장점으로 꼽힌다. 집안에 문턱을 없애는 것은 기본이고, 욕실 바닥엔 미끄럼 방지 시공을 하고 손잡이를 여기저기 다는 등 고령자의 생활 안전에 신경 썼다.
장성군의 '7전 8기' 노력으로 공공실버주택 건립
누리타운 내에 운영 중인 경로식당도 만족도가 높다. 하루 평균 180여 명이 무료 또는 1000원의 식대를 내고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노인복지주택 전문 유튜버인 문성택 공빠TV 대표는 "노인복지주택을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체 식당을 운영하는지 여부"라며 "노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스스로 밥을 해먹는 것인데 이것을 해결해주는 것만으로도 노인복지주택의 중요 역할"이라고 말했다.노인 주거복지의 모범 사례가 된 누리타운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장성군의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2015년 11월 국토교통부 공공실버주택 시범사업 추진 설명회가 진행됐다. 당시 시범사업엔 광역자치단체만 지원할 수 있었다.장성군에선 광주광역시(13%)보다 높은 장성군(27.8%)의 만 65세 이상 노인 비율을 강조하면서 군 단위 지자체의 고령화 심각성을 전했다. 10여 차례에 걸쳐 국토부에 건의를 한 끝에 광주·전남 지역 최초로 공공실버주택 시범 사업지가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시·군의 사업 잔액을 추가해 최초 가구 수(100가구)의 1.5배인 150가구를 확보했다. 또 토지 구입 비용 포함 총 164억원(국비 151억원, 군비 13억원)의 사업비는 전액 국비를 지원받아 진행됐다.
누리타운과 같은 공공고령자복지주택 공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고령자 주택 공급 방식을 다변화해 2023년보다 3배 확대된 3000가구 공급을 계획했다"며 "최근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고령자 등 서민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복지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합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