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미 훌륭"…참사 여객기 기장 형이 남긴 '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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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넋 기리는 물품과 편지 놓여"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무안 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진 지 사흘째 되는 31일, 사고 지점 인근의 철조망에는 고인을 애도하는 편지가 붙어 있었다. 이는 사고 여객기를 몰았던 기장의 친형이 남기고 간 손 편지다."우리 왔다"로 시작하는 이 편지는 "너는 이미 너무나 훌륭했고 충분히 잘했으니 이젠 따뜻한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었다.
이어 "고마웠고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형이'이라는 단어가 편지를 끝맺음했다. 편지 앞에는 김밥과 과자 등이 함께 놓였다.
이 외에도 철조망 근처에는 술과 음료, 빵, 핫팩 등이 참사 여객기를 향해 놓였다. 유족과 추모객들이 희생자를 애도하며 놓고 간 물품들이다.한 추모객은 "살리고자 최선을 다하셨을 기장님, 부기장님 그리고 승무원들. 너무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곳 가셔서 편하게 영면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남겼다.
관련 직종 종사자들이 남기고 간 편지도 있었다. '한국교통대학교 비행훈련원 정비팀 일동'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안타까운 죽음,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쉬길 기도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 옆에는 하얀 국화 두 송이가 놓였다.
참사 여객기의 기장은 6800시간이 넘는 비행 경력을 가진 공군 출신 베테랑이었다. 공군 학사장교 조종사 출신으로 2014년 제주항공에 입사해 2019년 3월 기장으로 승급한 고인의 비행 시간은 총 6823시간이며 기장으로 임한 비행 경력은 2500시간 이상이다.앞서 지난 29일 오전 9시 3분께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를 벗어나 방위각 시설과 충돌해 폭발했다.
사고 당시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으며 태국인 승객 2명 외 나머지는 모두 한국인이었다. 구조된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했다.
이날까지 희생자 179명 중 174명은 신원이 확인돼 DNA 분석, 검시·검안, 유족 인도 등 절차가 차례로 이뤄지고 있으며, 나머지 5명은 DNA 정밀 분석을 통해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한편, 정부는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서울, 세종 등 전국 17개 시도와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는 시민 누구나 찾아 조문할 수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