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못 미친 '오겜2' 흥행에 고민 깊어진 유통·식품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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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계약금만 10억~30억원대연말 연초 유통·식품가의 마케팅 기대주로 떠오른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비싼 계약금을 내고 지식재산권(IP) 협업 상품을 선보인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구원투수 바랐지만 매출 저조
1일 업계에 따르면 오징어게임 IP 제휴 비용은 10억~30억원대다. 기존 제품에 단순히 오징어게임 캐릭터를 입혀 판매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상품 개발 단계부터 오징어게임 스토리와 연계해 만든 상품은 제휴 비용이 더 높다. 이와 별개로 유통·식품사는 매출의 2~3%를 넷플릭스와 공유해야 한다. 일반적인 IP 상품 수수료가 매출의 1%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높은 비용에도 GS25 CJ제일제당 하이트진로 등 국내 유통·식품사가 잇달아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건 소비 진작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내내 고물가와 소비 침체가 계속됐지만 인기가 검증된 IP를 활용한 상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지난해 가을 공개된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대표적이다. 흑백요리사가 흥행 몰이에 성공하면서 협업 상품 완판 사례가 잇따랐다. 편의점 CU에서 출시된 우승자 ‘나폴리맛피아’의 ‘밤 티라미수 컵’은 사전예약 단계에서만 20분 만에 준비 물량 20만 개가 동났다. GS25, 이마트24, 롯데마트 등도 앞다퉈 협업 상품 출시에 나섰다.
하지만 오징어게임2 공개 후 국내외에서 혹평이 나오자 관련 상품에선 ‘오픈런’ 현상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의 ‘글로벌 넘버원 히트작’인 만큼 흑백요리사보다 더 큰 매출 효과를 바랐는데, 파급력과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참사로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자 마케팅에도 제동이 걸렸다. 콘텐츠 IP 상품은 그 특성상 화제성이 가장 높을 때 광고·마케팅을 펼쳐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하지만 국가애도기간에 기업들이 연말 연초 마케팅과 대규모 행사를 대거 취소하면서 이 역시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