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보강공사 때 둔덕 30㎝ 더 높여…국토부 "전국 전수조사"

국내공항 로컬라이저 시설 시공방식·재질 조사 착수

ICAO 규정상 계기착륙 시설은
'부서지기 쉬운 재질'이어야
여수·청주·포항경주 공항도
콘크리트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

비행기록장치, 美서 복원키로
음성기록은 이르면 3일 추출
국토교통부가 179명의 사망자를 낸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활주로 끝 로컬라이저(방위각 표시시설)와 관련해 전국 15개 공항을 전수 조사한다. 사고가 난 무안국제공항은 시설 개량 과정에서 콘크리트 둔덕을 30㎝ 더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외형이 일부 파손된 비행기록장치(FDR)를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보내 복원하기로 했다.

○방위각 시설, 보강으로 30㎝ 높아져


국토부는 1일 로컬라이저 설치 규정을 다시 검토하는 동시에 전국 15개 공항의 로컬라이저 등 항행안전시설 전반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국 공항에 설치된 항행안전시설의 재질 등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최초 시공 당시 어떤 방법을 택했는지 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2007년 개항 당시부터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설치했다. 개항 당시 설계 및 시공은 국토부와 서울지방항공청 발주로 1999년부터 금호건설 컨소시엄이 맡았다. 이후 태풍으로 안테나가 쓰러질 수 있다고 판단해 1.7m이던 로컬라이저의 콘크리트 상판을 30㎝ 더 쌓아 올렸다.

국토부는 애초 둔덕의 위치가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어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부 고시인 ‘공항·비행장시설 이착륙장 설치기준’에 방위각시설까지 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규정 위반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국토부는 이날 블랙박스 중 연결 부분이 유실된 FDR을 미국으로 옮겨 조사하는 방안을 합의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우리 조사위원을 파견해 공동으로 분석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이송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블랙박스 장치인 음성기록장치(CVR)는 이르면 3일 음성 파일이 복원될 전망이다. 사고 당시 교신 상황과 관련해선 추가 정황도 드러났다. 사고기가 1차 착륙의 반대 방향인 ‘19번 활주로 방향’으로 선회하는 과정에서 관제사가 가장 가까운 방향으로 안내했고, 조종사가 이에 응하면서 2차 착륙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다른 공항에도 ‘로컬라이저 둔덕’


제주항공 사고를 키웠다고 지목되는 무안공항의 ‘둔덕형 로컬라이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고 여객기는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끝단을 넘어 설치된 2m 높이 콘크리트 구조물을 들이받아 폭발했다. 국토부 규정 및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르면 로컬라이저 등 계기착륙 시설은 반드시 ‘부서지기 쉬운’ 재질이어야 한다.여수공항과 광주공항, 청주공항, 포항경주공항 등에도 무안공항과 비슷한 콘크리트 둔덕형으로 설치돼 개선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항경주공항은 동쪽 종단 부분의 약 2m 높이 흙 언덕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고, 강풍에 안테나 등을 지지하는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청주공항도 일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여수공항 남쪽에도 마찬가지로 콘크리트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다. 활주로 끝단 이후에 무안공항보다 거대한 4m 높이 구조물로 돼 있어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인천공항 김포공항 등 다른 공항은 둔덕 없이 철제 구조물로 만들어져 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과거 여러 공항을 보면 (로컬라이저) 재질이 상이하고 설계할 때 여러 가지를 감안해 최적의 방법을 찾았다”며 “활주로 높이 이상으로 안 올라가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해 항상 약간 높게 세워져 있다”고 해명했다.

유오상/안정훈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