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세월을 거스르는 음악의 힘…'광화문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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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 연가', 이영훈 作 명곡의 향연음악이 지닌 힘은 부드럽지만 깊숙이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다. 신곡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옛 노래를 찾아 듣는 이유 중에는 '추억'이 있다.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그 시절이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펼쳐지니 이보다 강력한 '추억소환술'이 없다.
'그녀의 웃음소리뿐'·'기억이란 사랑보다' 등
심금 울리는 넘버에 여운 남는 스토리
서울 공연 마무리…부산·대전 등 투어 돌입
'광화문연가'는 이러한 음악적 특성을 내세운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생을 떠나기 1분 전. 기억의 전시관에서 눈을 뜬 '명우'가 인연술사 '월하'와 추억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그려냈다. 대중에게 친숙한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음악은 과거로 향하는 매개가 된다.월하의 안내에 따라 명우는 스무 살 때의 추억으로 거슬러 갔다. 그곳에는 첫사랑 수아가 있다. 수아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이별하는 등 다양한 감정의 요동이 일던 시기다. '깊은 밤을 날아서', '소녀', '가을이 오면', '사계절', '내 오랜 그녀', '애수', '붉은 노을', '사랑이 지나가면', '빗속에서', '그녀의 웃음소리뿐' 등 명곡의 향연이 감수성을 자극한다. 명우만이 아닌, 관객 모두가 각자의 사연을 지니고 있을 만큼 당대 큰 사랑을 받았던 음악들이다.
과거의 인기 대중음악을 스토리와 엮어내야 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특성상 전개가 다소 부자연스러울 수 있는데, '광화문연가'는 명우와 월하의 관계성, 젊은 시절을 회상한다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를 상쇄했다. 특히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는 음악이 그 자체로 큰 역할을 해낸다.쉴 틈 없이 나오는 명곡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강력한 무기다. 2막에 이르러 나오는 '광화문연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옛사랑', '기억이란 사랑보다' 등은 작품의 전개와도 꼭 맞게 어우러진다.
시점이 현재로 옮겨지는 결말의 여운도 길다.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라고 노래하며 깊은 깨달음을 얻고 아내 시영과 인사하는 명우의 모습에 객석은 눈물바다가 된다.
'광화문연가'는 5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서울 공연의 막을 내린다. 이후 부산, 용인, 고양, 대전, 대구 등에서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