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대 미술품 포장 풀다 ‘싹둑’… 대법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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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대 미술품 배송을 담당한 운송업체가 포장지 해체 과정에서 작품을 훼손했다면 구매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는 게 맞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미술품 구매자 A씨가 운송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7억원대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했다고 1일 밝혔다. 사건은 2021년 12월께 발생했다. A씨는 미술품 구매 컨설팅 업자로부터 유명 화가의 유화작품을 83만 7500달러에 사들였다. 당시 환율에 따르면 10억원 상당의 작품이었다. 이후 A씨는 특수화물 운송업체인 B사와 계약을 맺고 작품을 A씨의 화랑으로 옮겨달라고 의뢰했다.
문제는 작품이 화랑에 도착한 뒤였다. A씨는 B사의 직원들에게 “작품을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직원들은 문구융 가위로 작품의 포장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포장지 뿐만 아니라 작품까지 잘라버렸다.
해당 작품은 액자 상태가 아니라 나무원통 바깥면에 둥글게 말려있었는데 겉으로 보기엔 작품이 원통 바깥에 말려 있는지 안쪽에 말려있는지 구별이 쉽지 않았다. 결국 작품에서 40~50cm 정도가 잘리면서 작품 가격에 60~70%의 가치하락이 발생했다.A씨는 B사를 상대로 “가치 하락분과 복원비용 등 6억 676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직원이 혼자만의 판단으로 포장지를 제거하기 위해 가위질을 하다 작품까지 훼손했다”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B사 측은 “운송 계약의 범위는 작품을 A씨의 화랑까지 운송한 뒤 나무상자를 해체해 수거하는 것으로 한정된다”며 “직원은 고객의 추가적인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해체 작업을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1심과 2심은 A씨 측 패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계약상 B사의 의무는 나무상자를 해체해 작품을 A씨에게 인도하는 것까지로 봐야 한다”며 “더 나아간 포장해체 작업까지 B사의 의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사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직원이 A씨의 지시에 따라 가위질을 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 참작할 수 있을 뿐 이것만으로 과실 자체를 부정할 순 없다”고 결론 내렸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미술품 구매자 A씨가 운송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7억원대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했다고 1일 밝혔다. 사건은 2021년 12월께 발생했다. A씨는 미술품 구매 컨설팅 업자로부터 유명 화가의 유화작품을 83만 7500달러에 사들였다. 당시 환율에 따르면 10억원 상당의 작품이었다. 이후 A씨는 특수화물 운송업체인 B사와 계약을 맺고 작품을 A씨의 화랑으로 옮겨달라고 의뢰했다.
문제는 작품이 화랑에 도착한 뒤였다. A씨는 B사의 직원들에게 “작품을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직원들은 문구융 가위로 작품의 포장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포장지 뿐만 아니라 작품까지 잘라버렸다.
해당 작품은 액자 상태가 아니라 나무원통 바깥면에 둥글게 말려있었는데 겉으로 보기엔 작품이 원통 바깥에 말려 있는지 안쪽에 말려있는지 구별이 쉽지 않았다. 결국 작품에서 40~50cm 정도가 잘리면서 작품 가격에 60~70%의 가치하락이 발생했다.A씨는 B사를 상대로 “가치 하락분과 복원비용 등 6억 676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직원이 혼자만의 판단으로 포장지를 제거하기 위해 가위질을 하다 작품까지 훼손했다”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B사 측은 “운송 계약의 범위는 작품을 A씨의 화랑까지 운송한 뒤 나무상자를 해체해 수거하는 것으로 한정된다”며 “직원은 고객의 추가적인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해체 작업을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1심과 2심은 A씨 측 패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계약상 B사의 의무는 나무상자를 해체해 작품을 A씨에게 인도하는 것까지로 봐야 한다”며 “더 나아간 포장해체 작업까지 B사의 의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사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직원이 A씨의 지시에 따라 가위질을 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 참작할 수 있을 뿐 이것만으로 과실 자체를 부정할 순 없다”고 결론 내렸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