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수주 늘고 석유화학 수익성 개선…조선 '수퍼 사이클' 진입

위기돌파 2025 업종별 분석·전망

방산 - 유럽 NATO 회원국·중동 무기 수출 청신호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각국의 군비 확장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업체 일감이 꾸준히 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국방비 지출 비중을 늘리는 데다 중동 지역에서도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며 방산 수요가 늘어나서다.지난해 국내 방산업체의 수주 계약 규모는 약 100억달러로 추산된다. 2022년 173억달러, 2023년 135억달러에서 감소했다. 수주 잔액은 늘어나는 추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요 5개 방산업체 수주 잔액은 2022년 56조원에서 2023년 74조원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3분기 말 79조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국내 방산업체의 수주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국방비 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가성비’를 갖춘 국내 방산업체도 수출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영국 국방 싱크탱크인 제인스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방위비 지출 총액은 2조4480억달러(약 3582조원)로 1년 전보다 4.2%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6% 늘어난 2조600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주요 수출국인 유럽에서 방산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NATO 회원국을 상대로 국방비 지출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어서다.

국내 방산업체의 수출길은 계속 넓어지는 모습이다. 2022년 국내 방산업체의 수출 대상국은 4개국에서 2023년 12개국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15개국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KAI는 2012년 개발 후 처음으로 이라크에 기동헬기 수리온을 수출했다. 이라크를 기점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등 인접국과의 수출 협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정부와의 K2 전차 수출 협상이 연기됐지만, 계약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오현우 기자

석유화학 - 수익지표 '에틸렌 스프레드' 크게 올라

석유화학업계는 2022년부터 3년째 긴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린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의 생산 능력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의 올해 전망은 지난해보다 개선될 전망이다. 글로벌 회사들의 설비증설 속도가 꺾이고 중국 정부도 석유화학제품 생산 속도 조절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달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셰일 오일 증산 방침이 현실화하면 유가 안정화로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도입 가격이 내려가 원가 압박도 걷힐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가 지난달 t당 200달러를 훌쩍 넘긴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지난달 초 t당 240달러를 넘겼다. 10월 평균치인 t당 110.92달러와 비교하면 두 달 새 두 배가량으로 오른 셈이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석유화학업계의 핵심 수익지표다.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통해 생산되는 제품 중 에틸렌이 평균 30~40%로 가장 많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손익분기점은 t당 300달러로, 적어도 t당 250달러는 넘어야 손해를 보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스프레드 개선 배경은 유가 하락이다. 10월 초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한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말 73달러 선이었다. 이 덕에 원유에서 추출하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 나프타의 가격이 같은 기간 t당 700달러 수준에서 620달러대로 내려가며 원가 부담이 개선됐다.

국제 유가 결정권을 쥔 미국의 정책 동향을 고려하면 올해 전망은 긍정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재임 기간 셰일 오일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는 한편 올해 미국 휘발유 가격을 절반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중국 등 글로벌 설비 증설 속도도 잘 지켜봐야 한다. 유럽의 가격 경쟁력을 잃은 설비들이 폐쇄에 나선다는 점도 공급 측면에서 청신호다.

김우섭 기자

조선 - 신규 선박 발주 줄지만…친환경선 수요 여전

2024년엔 컨테이너선 발주가 예상외로 빗발치며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빅3’의 곳간을 채웠다. 후티 반군의 홍해 점거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폭등하자 주머니가 두둑해진 선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잇따라 계약에 나섰기 때문이다.

2025년 조선 시장에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전체 선박 발주량이 전년보다 28.8% 줄어들 것이라는 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전망이다. 2021년 대규모로 발주된 컨테이너선이 2024년 하반기부터 잇따라 인도되며 글로벌 해운업계는 선가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LNG 운반선도 선복량 증가로 용선료가 떨어지고 있다. 배를 빌리는 비용이 싸면 신조에 투자하려는 심리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의 올해 수주량이 작년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은은 올해 국내 조선사의 수주가 전년보다 9.5% 감소한 95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 조선사가 연간 건조할 수 있는 규모(연 1200만CGT)에 미치지 못한다. 수주액은 1.6% 줄어든 310억달러(약 45조7000억원)가량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발주가 줄어드는 규모와 비교하면 큰 폭의 감소는 아니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선박법을 통해 상선을 10년 내 250척 늘릴 계획이어서 한국 조선사에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 ‘빅3’는 3년6개월 치 이상 인도분을 계약한 데 따라 여전히 ‘선별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조선사가 수주 경쟁률이 앞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양종서 수은 수석연구원은 “한국 조선사는 수주 잔량을 충분히 쌓았기에 전체 발주 감소가 큰 타격이 될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중국 조선사가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어 기술력, 품질, 생산 능력 개선으로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新)선박인 암모니아 추진선 등 친환경 배에 대한 수요가 2026년부터 본격화하는 것은 기회로 작용한다. 한국 조선사가 앞서 있는 암모니아 추진선은 탄소 배출량이 제로(0)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탄소 규제가 강화되자 선사들은 저탄소 선박을 선점하기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김형규 기자

철강 - 중국산 저가공세 맞서 고부가 철강재에 집중

철강 산업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범람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주요 기업 실적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도 비슷한 현상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수출 판로 확보,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 등 체질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이 가장 큰 골칫거리다. 과잉 생산된 물량이 내수로 소화되지 못하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옆 나라인 한국은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주요 유입국이다. 지난해 중국산 철강 수입량은 약 900만t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2년 전인 2022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로 인해 국내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특히 후판 제품은 중국산이 국내산보다 t당 10만~20만원 저렴해 점점 ‘안방’을 내주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생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포스코는 최근 포항제철소의 일부 선재 공장을 폐쇄했고, 현대제철도 생산 설비를 축소하고 있다. 지역 경제와 고용에도 부정적인 여파를 미치고 있다.

정부는 관세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무역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인 관세장벽을 세울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다. 중국산 저가 공세에 맞설 수 있는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절실하다는 의미다.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으로의 진출이 시장 다변화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등은 인도에 자체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등 해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항공, 에너지 등 산업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철강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탈탄소화와 친환경 생산으로의 전환도 올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 국가는 탄소 배출 규제를 하면서도 속도 조절에 들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한번 정책적 전환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철강업체로서는 투자 속도 조절이 중요해졌다.글로벌 흐름에 발맞추지 못해 너무 빠르거나 느린 대응이 나타난다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제언이다.

성상훈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