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업 통합·매각 등 '리밸런싱' 지속

계열사 통폐합 등 재정비 가속
비핵심 매각…AI·바이오 강화
SK그룹의 원료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인 SK팜테코 세종 공장. 이 회사는 최근 글로벌 대형 제약사로부터 최대 2조원 규모의 비만 치료제를 수주했다. SK 제공
SK 그룹은 올해 강도 높게 진행된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을 내년에도 이어갈 방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작년 말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부회장을 그룹 2인자인 수펙스 의장 자리에 올려 대대적인 사업 재정비 작업에 나선 바 있다.

이런 기조는 지난 5일 단행된 ‘2025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에도 나타났다. 실적이 부진한 그룹을 중심으로 임원 규모를 대폭 줄이고, 일부 조직은 통폐합됐다. 지난해 말 219개였던 계열사도 10% 이상 줄 전망이다.이와 함께 SK그룹 리밸런싱의 핵심이었던 자산 100조원 규모의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을 합치는 작업도 곧 마무리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E&S 합병으로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석유화학, 액화천연가스(LNG), 전력, 재생에너지 등 전반적인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과 합병했고, 내년 2월에는 SK엔텀과 합병도 예정돼 있다.

동시에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지난해 말 약 84조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은 지난 3분기 말 70조원대로 줄였다. SK그룹은 내년에도 리밸런싱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그간 비축한 체력을 바탕으로 AI와 바이오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일 단행한 인사에서는 SK텔레콤 주도로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한 AI R&D 센터를 신설했고, SK㈜는 미래 성장 사업 발굴을 위해 'AI 혁신'과 '성장 지원' 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SK AI 서밋 2024'에서 "(리밸런싱으로) 줄이는 건 줄이는 대로 노력할 필요가 있으며, 줄인 부분을 통해 AI 투자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리밸런싱과 AI 투자가 다른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해달라"고 밝히기도 했다.SK그룹 CEO들은 지난달 열린 CEO 세미나에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운영개선(Operation Improvement)의 속도를 높이고, 재무구조 개선을 넘어 AI 등을 활용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