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열린 2025년...'비트코인 우주 전쟁' 시작된다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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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 바란다

2024년 초,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후 비트코인은 빠르게 제도권 금융과 글로벌 기업들에 채택(adoption)되기 시작했다. 2024년 11월, ‘크립토 프레지던트’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고 가상자산 반대 스탠스를 유지하던 미국 민주당은 백악관뿐 아니라 상·하원 양원에서도 지배력을 잃었다. 새해에는 미국의 행정과 입법이 선도하는 ‘크립토 혁명’이 전 세계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로 인해 2025년에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더 많은 사람이 개인적, 또는 업무적으로 가상자산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새해 들어 가상자산 시장과 산업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시려는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정리를 올린다.

코인은 나쁜 것이 아니다

2024년 이전까지만 해도 코인은 정식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그렇기에 코인과 관련된 모든 것은 ‘나쁜 것’ 취급받았다. 가격이 올라도 나쁘고, 가격이 내려도 나빴다. 세간의 관심을 끌어도 나빴고, 관심이 식어도 나빴다. 코인으로 부자가 된 사람도 나쁜 사람이었고, 코인으로 돈을 잃은 사람도 나쁜 사람이었다.코인은 나쁘지 않다. 코인을 가지고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 나쁠 뿐이다. 역사가 짧은 자산군이다 보니 경험적 지식이 많이 쌓여 있지 않고, 암호학이나 분산컴퓨팅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분야다 보니 기술적 이해가 어렵다. 그 지식의 격차를 노리고 사기꾼들이 사기를 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사기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천연자원 개발이나 신약물질 개발 등 첨단기술이 있는 곳에는 어디에나 등장한다. 천연자원 개발이나 신약물질 개발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듯, 코인도 코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코인은 자금세탁 등 금융 범죄에 많이 쓰인다는 편견도 있다. 자금세탁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코인이 아니라 현금이다. 나쁜 것은 코인으로 자금세탁을 하고 테러단체 등에 자금을 보내는 사람들이지, 코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코인이 나쁘다면 현금도, 달러도, 원화도 다 나쁜 것이어야 한다.

블록체인은 선악이 없는 기술일 뿐이고, 코인은 선악이 없는 투자재일 뿐이다. 블록체인과 코인 자체가 나쁘다는 생각은 틀렸다.

코인은 주식이 아니다

시세가 등락하며 차트가 그려지고 티커와 거래소가 있다고 해서 코인을 새로 나온 특이한 주식쯤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대부분의 오해가 발생한다. 코인은 주식이 ‘아니게끔’ 만들어졌다. 모든 코인의 조상님인 비트코인에도 증권과 같은 성질은 존재하지 않고, 초기코인공개(ICO)가 유행한 시절부터 미국 등 정부들이 증권법을 적용해 코인 시장을 규제하려 했기에 코인들은 증권으로 오해받을 성질을 제거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코인 관련 업무를 맡게 되는 분들은 증권시장에 경력이 긴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코인을 일종의 증권으로 간주하고 코인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 중 ‘주식으로 치면 말도 안 되는 일’에 대한 지적을 한다. 틀린 접근이다. 코인은 주식이 아니고, 증권이 아니다. 전혀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전혀 다른 역사를 가진, 전혀 다른 자산군이다. 국내 단일 거래소에서 수십 년간 다듬어져 온 규제 하에 거래되는 국내 주식에 대한 지식과 편견으로 코인에 접근하면 안 된다.

무법의 영역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코인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 많은 부분이 입법과 규제의 공백에서 발생한다. 금지와 차단은 충분하다. 문제는 ‘무엇을 해도 되는가’에 대한 법적인 정의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코인과 관련된 많은 부분이 무법(無法), 비법(非法)의 영역에 있다. 코인은 금융과 닮았고, 우리나라 금융은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다. 즉, 해도 되는 것 말고는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2017년부터 정부가 ‘무조건 안 돼’ 스탠스로 고개를 돌리고 있던 사이, 국내의 금융기관들과 대기업들 등 믿을만한 사업자들은 코인과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손대지 못하고 있다. 기술력으로 앞서나가려던 기술기업들은 코인 현금화조차 차단당했다. 이렇게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는 하루하루 고사하고 있다.

무법과 비법의 영역에 건실한 사업자들은 활동하지 못하고, 의심스러운 배경의 사업자들은 한탕을 노리고 진입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여론은 더 나빠졌고, 업계의 사회적 입지는 더욱 약화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전형적인 상황이 오래 지속됐다.

하지 말라는 규제가 아니라, ‘이렇게 하라’는 전향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2018년을 전후해서 삼성, LG, SK, KT, 롯데 등 유수의 대기업들이 자체 블록체인 개발을 완료했지만, 그 이후로 눈에 띄는 뚜렷한 사업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정부가 등 돌리고 있던 동안 미래산업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신뢰할 수 있는 사업자들은 7년의 세월을 허비했다.

국내 코인 시장은 갈라파고스다

그렇게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는 코인 거래 시장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마저도 특이한 규제 환경에 가로막혀 갈라파고스화되어 가는 중이다. 법인과 기관의 거래 시장 진입은 차단되어 있고, 외국환거래법은 김치 프리미엄을 만든다. 거래 시장 독과점 문제는 날로 심화하고 있고, 단일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량이 코스피 시장 거래량을 넘어서는 일도 발생했다.

코인 시장은 더 이상 일부 소수 2030 젊은이들의 놀이터가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제 이용자 수는 중복 인원 제외 778만 명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대가 144만, 30대가 227만, 40대가 219만, 50대가 139만, 60대 이상이 49만 명이다. 30대 이용자만큼 40대 이용자가 있고, 20대 이용자만큼 50대 이용자들이 있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가상자산 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 계정을 보유한 투자자는 중복 포함 1559만 명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 대금이 코스피와 코스닥 합산 거래 금액을 초과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코인 시장은 이제 최소 778만 명 유권자의 민심이다. 미국 SEC가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민주당의 방향성에 따라 코인을 ‘나쁜 것’으로 취급하며 과잉 규제로 일관했고, 미국 가상자산 업계가 민주적이고 미국적인 방법으로 공화당과 친 크립토(pro-crypto)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 후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며, 결과적으로 이것이 2024년 미국 선거에서 레드 스윕(red sweep)으로 이어진 것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트럼프 시대, '비트코인 우주 경쟁' 펼쳐진다

올해는 가상자산 산업과 시장에 아주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과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비트코인 우주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우주선을 쏘며 군비 경쟁했듯, 주요 국가들이 비트코인 물량 확보 경쟁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 정부들이 비트코인을 매입한다면 글로벌 기업들이나 금융기관들이 그 경쟁에 앞다투어 참여할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미래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올해에는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산업 육성과 진흥을 위한 입법과 합리적인 규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미국이 디지털 패권을 가져가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며, 유럽과 싱가포르, 홍콩과 일본 등은 이에 대응해 나갈 국가적 프레임워크가 완비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1단계 입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으로 거래소 규제만 완비했을 뿐, 그 이상의 움직임은 아직 난망하기 때문이다.

이 글의 소제목에 필자 이름을 붙여 구글에 검색하면 해당 주제에 대한 필자의 글과 관련 언론 보도들을 검색하실 수 있다. 을사년 새해에 가상자산 업무와 의사결정을 담당하게 되신 분들의 현명한 판단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두 손 모아 바란다.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을 맡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