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세제개편 재추진…코스닥 3심제도 손 본다[2025 경제정책방향]

자본시장 선진화

야당 반대에 법 통과 가능할지 '미지수'
증시 폐장일이었던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28포인트(0.22%) 내린 2,399.49에 장을 마쳤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22포인트(1.83%) 오른 678.19에 장을 마쳤다. 뉴스1
정부가 지난해 야당 반발로 무산됐던 기업 밸류업 세제개편을 재추진한다.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주고, 이들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의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핵심이다. 주가가 ‘저공비행’하는 저성과 기업은 증시에서 빠르게 퇴출당할 수 있도록 상장폐지 절차도 손보기로 했다. 주주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도 재확인했다.


ISA '1인 1계좌' 제한 폐지 방침

정부가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주주환원 촉진 세제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지원 강화 등 ‘밸류업 촉진 세제지원 패키지’를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코스피와 코스닥 상장기업은 밸류업을 공시하고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배당+자사주 소각)이 5% 이상 증가하는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5% 초과 증가 부분의 5%만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 당해연도 총 주주환원 금액의 1%가 한도로 적용된다.

밸류업 기업 투자자의 배당소득 증가액에 대한 분리과세도 다시 추진한다. 법인세 세액공제 대상 기업의 개인주주로서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 금액이 증가했을 경우가 대상이다.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지금까지는 종합과세를 통해 14~45%(지방세 포함 시 최대 49.5%)의 누진세율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배당소득 증가액에 대해 25%의 단일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단 납세자는 25%의 단일세율을 적용받을지 기존처럼 종합과세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 투자자의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경우 배당소득 증가분에 대한 세율이 기존 14%에서 9%로 세율이 낮아진다.

ISA 납입한도와 비과세 한도 확대도 다시 추진한다. 연 2000만원, 총 1억원이었던 납입한도가 연 4000만원, 총 2억원으로 상향된다. 비과세 한도도 200만원(서민형 400만원)에서 500만원(서민형 1000만원)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에만 투자할 수 있는 ‘국내 투자형 ISA’도 신설된다. 납입한도는 연 4000만원(총 2억원)으로, 비과세 한도는 1000만원(서민형 2000만원)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도 가입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비과세 없이 14%의 세율로 분리과세 된다. ISA 1인 1계좌 규제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ISA 가입자는 중개형 신탁형 일임형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복수의 유형에 가입할 수 있다.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빠져

저성과 기업의 빠른 퇴출을 위해 상장폐지 절차도 개선한다. 현재 상장폐지 심사를 할 때 거래소가 부여하는 개선기간(코스피가 최대 4년, 코스닥 최대 2년)을 줄이고, 코스피(2심제)와 코스닥(3심제) 심의단계도 손볼 예정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연기금과 운용사가 의결권을 적절하게 행사하도록 수탁자 책임 이행 제고 방안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합병분할 시 이사회의 주주 이익 보호 규정을 신설하는 등 일반주주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도 추진한다. △기업의 합병 등 과정에서 주주의 정당한 이익 고려 △상장기업 간 합병비율 규제 개선 및 외부 평가·공시 의무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공모 신주 20%를 기존 주주에 우선 배정 허용이 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다.다만 밸류업 세제개편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대부분 조세특례제한법 등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인데, 야당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밸류업 촉진 세제지원 패키지를 추진했지만, 국회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민주당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서도 “초부자 감세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주주이익 보호 문제는 자본시장법이 아닌 상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기재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밸류업은 단기적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 지속해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세제 개편도 정부가 제안한 내용 중 일부라도 국회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밸류업 세제개편의 최대 논쟁거리인 상속세율 인하는 이번 경제정책방향에 담기지 않았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