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원천세율 27년 만에 낮춘다…3%서 2%대 인하 '유력' [2025 경제정책방향]

사진=뉴스1
배달 라이더, 대리기사, 골프 캐디 등 이른바 저소득층 인적용역 사업자들에게 부과되는 원천징수 세율이 27년 만에 인하된다. 현행 3.3%(지방소득세 0.3% 포함)인 원천징수 세율을 연내 낮춰 이들의 실질소득을 보전해 주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원천징수 세율이 인하되면 저소득층 인적용역 사업자들이 적잖은 수수료를 내고 삼쩜삼 등 민간 세무 플랫폼을 활용해 세금을 환급받는 빈도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27년 만에 원천징수 세율 인하

정부는 2일 ‘2025 경제정책방향’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적용역 사업자 대상 소득보강 계획을 반영했다. 원천징수는 소득자가 직접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을 지급하는 원천징수 의무자가 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미리 징수해 국가에 납부하는 제도다.세법상 배달 라이더, 대리기사, 골프 캐디 등 인적용역 사업자는 고용관계 없이 노무를 제공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개인)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인적용역 제공에 따른 소득은 사업소득으로 분류된다. 소득세율은 3%로, 소득세의 10%가 부과되는 지방소득세(0.3%)를 더해 지급액의 총 3.3%를 낸다. 예컨대 월 보수가 200만원이라면 이들을 고용한 업체가 국가(국세청)를 대신해 3.3% 세금을 미리 뗀 후 193만4000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인적용역을 제공하는 프리랜서 직종이 1990년대 들어 잇따라 등장하면서 원천징수가 본격화됐다. 원천징수는 납세자 입장에선 세금 납부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 국가 입장에선 체납을 사전 차단해 조기에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소득을 지급하는 원천징수 의무자가 대신 거둬서 납부하기 때문에 징세 편의도 확보할 수 있다.

도입 초기 원천징수 세율은 1.1%(지방소득세 0.1% 포함)였다. 하지만 의사와 변호사, 연예인 등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루 문제가 불거졌고 1998년부터 원천징수 세율이 3.3%로 인상돼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에 대해 일단 높은 세율로 원천 징수해 세수를 확보하고자 하는 취지였다.문제는 현행 원천징수 대상자의 대부분이 소득이 적은 배달 라이더나 골프 캐디, 보험설계사 등 영세 개인 사업자들이라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1년 328만명가량이던 인적용역 사업자는 2022년 기준 847만명으로 불어났다.

인적용역 사업자들은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세금을 정산하는 절차를 거친다. 부양가족 공제 등을 감안한 ‘최종 결정세액’에서 원천징수로 미리 낸 ‘기납부세액’을 제외한 금액이 이들이 실제로 내야 하는 세금이다.

통상 저소득층 인적용역 사업자들은 원천징수로 뗀 세금보다 결정세액이 적은 경우가 많아 환급받는 세금이 많다. 인적용역 사업자로부터 필요 이상의 세금을 원천 징수한 후 이를 환급해 주는 비효율적인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는 뜻이다.실제로 배달 라이더 등 인적용역 제공자가 부담한 원천징수 세액이 최종 확정세액보다 많아 환급된 금액은 2022년에 269만명에게 6515억원, 2023년에는 349만명에 8502억원 등으로 2년간 1조5000억원이 환급됐다.

인적용역 사업자들이 원천징수 세율을 실제로 내야 하는 세금으로 착각하고, 별도 정산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국세청도 이들을 위해 세금을 환급해 주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납세자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세금 환급을 대행해 주는 삼쩜삼 등 민간 세무 플랫폼이 최근 들어 우후죽순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통과도 무리 없을 듯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원천징수 세율 인하 폭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율 인하에 따른 소득 흐름 영향 등 시뮬레이션을 거쳐 올해 상반기 안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천징수 세율 인하는 소득세법 개정 사안으로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 동의가 필요하다.다만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1월 진행된 조세소위에서도 원천징수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장 올해부터 인하는 어렵다는 정부 설명에 따라 시행 시기를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원천징수 세율을 인하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국세청 공무원 출신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인적용역 사업자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 세율을 현행 3%에서 1%로 낮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 의원은 “현행 원천징수 세율은 실제 세입 증대는 없이 오히려 세금 환급을 위해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해야 하는 등 세무 행정의 비효율과 국가재정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세무사회를 비롯한 세무업계는 원천징수 세율 인하를 찬성하고 있다. 원천징수 세율이 낮아지면 환급 규모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세율이 낮아질수록 환급세액이 적어지기 때문에 환급세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민간 세무업체에 납세자들이 지급하는 비용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