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폭탄'에 강남 아파트도 '초토화'…한 달 만에 1억 빠졌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서울 집값, 9개월여 만 0.0% 보합 전환
"관망세 심화하고 매수심리 둔화"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서울 집값이 대출 규제와 계엄·탄핵 한파에 1년 가까이 이어온 상승세를 끝냈다.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도 집값이 한 달 만에 억 단위로 추락하고 있다.

2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2월 다섯째 주 서울 집값은 전주 대비 0.00% 보합으로 전환했다. 지난 3월 넷째 주부터 이어온 상승세가 9개월여 만에 멈춘 것이다. 자치구별로 살펴봐도 서울 외곽에서 시작된 하락세가 점차 중심부로 퍼지는 모양새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28일 14억8000만원(4층)에 팔렸다. 직전 거래인 11월 29일 15억8000만원(11층)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억원 하락한 금액이다. 천호동 '강동래미안팰리스' 전용 84㎡도 지난달 30일 14억5000만원(35층)에 손바뀜되면서 직전 거래인 11월 30일 14억9000만원(32층) 대비 4000만원 낮아졌다.

고덕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그나마 고덕그라시움은 지역 대장 아파트라 가격을 조금만 낮추면 구매하겠다는 매수 대기수요가 많다"며 "다른 단지들의 경우 매수세가 많이 약해졌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거래가 없다시피 한 곳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해온 강남구에서도 하락 거래가 속출했다. 논현동 '아크로힐스논현' 전용 84㎡는 지난달 27일 24억원(27층)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11월 24억8000만원(28층)에 비하면 8000만원, 10월 24억9000만원(28층) 대비로는 9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논현동 '논현신동아파밀리에' 전용 35㎡ 역시 지난달 25일 8억5000만원(35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같은 층 매물이 지난 9월 8억9999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약 5000만원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신축 등 일부 선호 단지에 대한 상승세가 국지적으로 포착된다"면서도 "계절적 비수기 등의 요소로 매수 관망세가 심화하고 매수심리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서울 집값이 보합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가 신천·방이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0.06% 상승했고, 서초구도 잠원동 주요 단지 위주로 0.03% 올랐다. 강남구와 강서·종로·용산구도 0.02%씩 올랐다. 하지만 금천구는 0.05%, 구로구도 0.04%, 노원구 역시 0.03%씩 하락하면서 서울 외곽 하락세는 한층 깊어졌다. 강동구는 0.02% 내렸다.
사진=한국부동산원
구로구 구로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요즘 분위기를 봐선 1~2주마다 호가가 500만원씩 낮아지는 모양새"라며 "대출 규제 이후 매수세가 한 차례 꺾였고, 계엄과 탄핵이 이어지면서 아예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해 은행권 대출 숨통이 트이겠지만, 매수심리가 워낙 얼어붙어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월 다섯째 주 서울 전셋값은 0.00% 보합을 유지했다. 종로구가 무악동 위주로 0.03%, 중구는 신당동·충무로4가 위주로 0.03%, 강서구는 화곡·방화동 대단지 위주로 0.03%, 서초구는 반포·잠원동 주요 단지 위주로 0.03% 올랐다.

다만 강동구가 암사·명일동 중소형 규모 위주로 0.06% 하락했고 성동구도 옥수·하왕십리동 위주로 0.05% 내렸다. 동대문구는 답십리·휘경동 입주 물량 여파에, 금천구는 독산·시흥동 위주로 0.04%씩 떨어졌다.부동산원 관계자는 "국지적으로 대단지와 선호단지에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매물 부족에 따른 상승 거래도 체결되고 있지만, 신축 아파트 입주가 있는 지역이나 저가 매물 위주로 거래가 체결되는 등 혼조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