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무서워서 안 되겠어요"…車 알아보던 직장인 '변심'

강달러, 환율 급등에 기름값 오름세
가솔린·디젤 내연기관차 유지비 증가…부담 가중
연비 강점 하이브리드, 유지비 저렴 전기차 판매량 늘 듯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 10주 연속 동반 상승 사진=연합뉴스
"기름값 때문에 하이브리드를 사야 하나 싶네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사려고 알아보는 이모 씨(34) 는 최근 기름값이 계속 오르자 가솔린 모델 구매를 취소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하이브리드를 살지, 아예 취소하고 대중교통을 탈지 고민중"고 전했다.

이 씨처럼 기름값이 뛰어 가솔린이나 경유(디젤)차를 타기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 서울 평균가는 ℓ당 1734.14원으로 전일 대비 3.39원 올랐다. 경유도 1595.71원으로 전일 대비 3.25원 올랐다.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되며 환율이 급등한 데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돼 추가 기름값 인상도 예상된다. 국내에 원유를 들여오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 지난해 12월22~26일 기준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11주 연속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올해 자동차 시장에산 하이브리드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차 가격은 가솔린 모델보다 비싸지만 연비가 좋은 편이라 장기적으로 보면 기름값 등 유지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자동차 시장은 하이브리드가 꽉 잡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3% 늘었다.실제로 현대차가 6년 만에 공개한 신형 팰리세이드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처음 출시됐는데, 사전 계약 첫날 3만3567대 중 하이브리드 선택 비율이 70%에 달했다. 지난해 8월 나온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의 경우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비중이 96%에 육박한다.

하이브리드 외에도 전기차 역시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딛고 올해 성장세를 이어갈지가 관전 포인트다. 전기차의 충전비를 포함한 유지비는 내연기관차 대비 확실히 저렴한 편이다.

전기차 구매 걸림돌 중 하나였던 가격 또한 저렴한 보급형 전기차가 대거 출시되면서 달라지는 분위기다. 일례로 기아 EV3는 지난해 7월부터 판매됐음에도 불구하고 5개월 만에 1만2390대 팔렸다. 같은 기간 현대차 아이오닉5 판매량과 불과 1200대 차이로,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면 캐즘 상황에서도 전기차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평가다.새해 달라지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청년이 생애 최초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의 20%를 '추가 지원'한다. 또한 자녀가 둘이면 '다자녀 혜택'을 적용받아 보조금이 100만원 추가된다. 자녀가 셋일 경우 200만원, 넷 이상이면 300만원이 추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이 계속 뛰면 신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대체재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