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사제 속 '구담시'가 중림동 골목에…열혈 국밥에 구담참기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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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상인들과 상생하는 열혈사제2 팝업'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드라마 촬영 현장 인근 상인들과 손잡고
'초능력 모카빵' '나따오비까'의 에그타르트 등 판매
진은영의 시(詩)가 생각나는 곳이 있다. 서울 중림동 149번지 일대 비탈진 골목길 얘기다. 200m 남짓의 이 골목에는 1970년대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 '성요셉 아파트'와 수십년째 자리를 지켜온 방앗간, 여러 노포들이 자리하고 있다.최근에는 이곳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지난달 2일부터 드라마 열혈사제2의 골목팝업 '구담시티'가 열리고 있어서다. 열혈사제2 제작사 스튜디오S와 문화예술NGO 길스토리아이피는 드라마 속 본거지 '구담구'를 중림동 골목에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SBS 드라마 열혈사제는 가톨릭 사제 김해일(김남길)과 구담경찰서 형사 구대영(김성균)이 공조 수사를 하면서 벌어지는 액션 코미디 드라마다. 사제들과 여러 시민들이 뭉쳐서 부패한 지역 기득권에 대항해 정의를 찾는 게 핵심 이야기다. 2019년 1편으로 히트를 치며 최근 시즌2를 종영했다. 극 중 주요 배경인 구담 성당의 촬영지가 이 골목 옆에 있는 약현 성당이다. 구담시티 팝업은 드라마 속 이야기와 설정들을 골목 곳곳에 적용했다. 우선 2019년 무허가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주목받은 '중림창고'를 구담 팝업스토어로 만들었다. 이곳 1층을 극중 오요한(고규필)이 일하던 ‘구담 편의점’으로 만들어 지역 브랜드들과 콜라보해 만든 여러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대표 상품은 유명 제과 브랜드 '나따오비까'가 만든 에그타르트. '김해일 신부가 포투루갈의 수녀님들에게 전수받은 비법으로 만든 에그타르트'라는 설정을 넣어 판매한다. 팝업 스토어 2층에는 드라마 속 주요 캐릭터들이 모여 작전을 짰던 ‘구담 작전실’이, 숨겨진 공간인 지하 1층은 ‘열혈사제1’의 ‘대범무역 비밀금고’이 있어 드라마 속 시청자들의 재미를 더한다.구담 팝업의 차별점은 기존에 있던 골목 상점들과 연계해 여러 상품, 메뉴 등을 만든다는 점. 기존 점포에 '구담시티 인증가게' 현판을 붙여주고 각 점포들은 ‘초능력 모카빵’, ‘열혈 국밥’, ‘구담 참기름’ 등을 만들었다. 제작사와 가게들이 논의해 열혈사제 속 스토리에 맞는 상품을 개발한 것이다. 드라마 속 보편적인 기업들의 제작 협찬 방식이 아닌 지역 상인들과의 콜라보 상품인 셈.
일례로 초능력 모카빵은 드라마 속 오요한은 매번 미사 중 몰래 먹는 모카빵을 실제로 만든 것. 모카빵을 판매하는 버터조셉 대표 최혜영(35)씨는 "매일 하루에 40~50개 정도 만드는 것 같다"며 "원래 이곳을 모르는 분들도 많았는데, 이번 기회로 동네분들도 오시고 외부 관광객들이 유입돼서 가게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 경제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구담 패스'라는 것을 만들었다. 구담 패스를 구매해 이웃 가게에 제시하면 주요 메뉴를 10% 할인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역 생상까지 고려하는 이색 팝업으로 인해 골목에는 매일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 활기를 찾고 있다. 드라마는 지난달 27일 종영됐지만 팝업스토어는 이달 5일까지 지속된다. 금윤경 길스토리아이피 대표는 "드라마의 세계관을 확장해 골목 상권까지 함께 살릴 수 있는 상생하는 팝업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K콘텐츠의 부상으로 이색 팝업스토어를 비롯한 콘텐츠 IP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IP산업을 통해 콘텐츠 속 세계관을 확장하고 팬덤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다. 특히 드라마 분야에서는 OTT의 등장으로 시즌제가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잠정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콘텐츠IP 산업 매출 규모는 34조4710억원 정도다. 콘진원은 향후 3년간 36.3%p가량 성장해 2026년 기준 예상 매출액은 46조984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얼마전 시즌2를 공개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도 K콘텐츠 IP의 막강함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기업들과의 콜라보뿐 아니라 독자적인 브랜드하우스를 구축하면서다. 넷플릭스는 지난 12월 미국 뉴욕을 비롯해 스페인 마드리드, 호주 시드니 등에 ‘오징어게임:더익스피리언스’를 만들어 드라마 속 전통 게임을 실제로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최다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