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커플은 '잘' 싸운다, 변죽을 울리지 않으면서 [서평]

행복한 커플은 어떻게 싸우는가

존 가트맨·줄리 슈워츠 가트맨 지음
정미나 옮김/해냄
468쪽|2만2000원
싸움은 피할 수 없다. 대신 ‘잘’ 싸워야 한다. <행복한 커플은 어떻게 싸우는가>는 이를 다룬 책이다. 저자인 존 가트맨과 줄리 슈워츠 가트맨 부부는 세계적인 심리학자이며 관계 치료의 대가다. 책은 갈등과 위기를 겪고 있는 부부와 커플들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려준다.

파트너와 싸움이 잦다고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사람은 저마다 성격과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다. 함께 살면 그 차이가 드러나고, 싸움이 일어난다. 연구에 따르면 성공적인 부부나 커플도 자주 싸운다. 대신 그들은 싸움의 표면 아래로 깊이 들어간다. 핵심 문제를 건드리고, 상대방이 중요시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파악한다. 이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합리적이어야 하고, 감정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말도 틀렸다. 화가 나서 분노를 표하는 아내를 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덜 행복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살펴보니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남편은 아내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하게 됐고, 그들의 결혼 생활은 더 나아졌다. 반대로 분노를 억누른 아내는 남편과 점점 멀어졌고, 결혼 생활이 훨씬 덜 행복했다.

물론 화가 났다고 비난과 경멸의 말을 쏟아내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잘 싸우는 커플은 다투는 순간에도 상대의 감정을 존중한다.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며 공감하고, 시의적절한 유머를 구사해 화해를 시도한다. 성공한 커플들은 이기기 위해 싸우지 않는다. 이해하기 위해 싸운다.

가장 나쁜 것은 아예 싸우지 않고, 담을 쌓은 채 소통을 단절하는 것이다. 싸우지 않으니 괜찮아 보일 수 있지만, 문제는 안에서 곪는다. 이혼한 부부 대다수는 점점 멀어지다가 친밀감을 잃는 것을 결별의 주된 이유로 꼽는다. 부부와 커플의 관계에 대한 얘기지만 저자들의 조언은 모든 인간관계에 통용될 수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