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구글 뛰어넘었다" 자랑…中 기술, 이 정도일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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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번엔 '양자 굴기'중국이 인공지능(AI)에 이어 양자컴퓨팅에서 기술 굴기에 나선다. 컴퓨터 연산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게임 체인저’ 양자 기술을 선점해 미국의 기술 패권을 흔든다는 구상이다.중국신문망(온라인뉴스)에 따르면 안후이성 양자컴퓨팅공정연구센터는 2일 자국 60개 대학교가 양자컴퓨터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산당 기관지 추스(求是)는 “AI 등 새로운 산업에서 활로를 개척하고 바이오·양자기술 등 미래 산업에 용감하게 뛰어들어 중국 경제의 역동성이 분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양자컴퓨팅 기술이 현실화하면서 미·중 간 기술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을 이용해 슈퍼컴퓨터가 수백 년에 걸쳐 계산할 연산을 수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미래 기술로 꼽힌다. AI 학습, 암호 해독 등 전 분야에 걸쳐 연산능력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60개大 핵심 인재 양성
정부 '신품질생산력' 정책 집중
양자컴퓨팅 투자, 미국의 4배
중국은 양자기술을 첨단산업 육성 전략인 ‘신품질생산력’ 정책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5년간 양자컴퓨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150억달러(약 22조원)로 같은 기간 미국 투자 예정액(38억달러)의 네 배에 달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는 현지 실정에 맞춰 새 질적 생산력을 육성했고 집적회로와 AI, 양자통신 등 영역에서 성과를 이룩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우주, 항공,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산업에서도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11월 ‘휴머노이드 로봇 육성 지침’을 발표해 2027년 이 분야에서 세계적 지배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우주 개발 분야에서는 2035년까지 저궤도 위성을 1만5000개 쏘아 올리고 2040년까지 달에 연구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총 10대 인도한 민간 여객기를 2035년 2000대로 늘려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의 양강 구도를 깬다는 계획이다.
구글 양자칩 넘어선 중국 22조원 더 쏟아붓는다
중국, 양자칩 '쭈충즈 3.0' 공개…"구글 '시커모어'보다 성능 뛰어나"
“현존하는 최강의 슈퍼컴퓨터로 꼽히는 ‘프런티어’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풀었다. 구글의 구형 양자 칩 ‘시커모어’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중국과학원 산하 중국과학기술대 연구진은 지난달 16일 신형 양자컴퓨터 칩 ‘쭈충즈 3.0’을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이 미국의 양자 기술력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만큼 양자 기술을 선점하는 이가 패권 경쟁의 우위에 설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양자컴 투자, 美 4배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중국의 글로벌 양자컴퓨팅 기술 점수(2023년 기준)는 35점으로 미국(100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과 학계는 격차가 크지 않다고 자신했다. 중국 과학원은 지난달 9일 504큐비트(양자컴퓨터 계산 단위)를 갖춘 ‘샤오훙’ 칩을 장착한 신형 양자컴퓨터 ‘톈옌-504’를 공개했다. 공동 개발사인 차이나텔레콤퀀텀그룹(CTQG)은 큐비트 수명, 판독 충실도 등 주요 지표에서 톈옌-504가 IBM 등의 세계 최고 수준 양자컴퓨터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주장했다.중국은 앞선 양자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적·물적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한국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에 따르면 중국의 양자 기술 핵심 인력은 5500명으로 미국 3120명, 일본 780명을 뛰어넘는다. 중국의 향후 5년간 투자 금액은 150억달러(약 22조원)로 같은 기간 미국(38억달러)의 네 배 규모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미국의 양자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폐쇄적인 혁신 전략을 세운 중국보다 적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위기를 느낀 미국은 제재로 중국의 추격을 차단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날부터 대중(對中) 양자컴퓨터, 반도체, AI 등 첨단 분야에 대한 투자 금지를 시행했다. 재무부는 “AI와 반도체, 양자 기술이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국가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우주·로봇도 美 패권 ‘흔들’
중국은 경제 성장을 이끈 태양광, 전기차 등 구(舊)경제의 동력이 약해지자 우주, 항공, 로봇 등 하이테크 분야에서 먹거리 탐색에 나서는 움직임이다.양양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 부사장은 이날 지난해 10대였던 연간 여객기 인도량을 2035년 2000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우주 분야에서도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의 지난해 민간 로켓 발사 시도 횟수는 총 68회로 미국(156회)에 이어 두 번째였다. 중국 달 탐사선 창어 6호는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도달하는 등 뛰어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 ‘휴머노이드 원년’을 선언한 중국은 값싼 로봇을 각 기업의 공장에 공급해 인력난을 해결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은 지난해 말 80개를 넘어서는 등 양산 경쟁이 치열하다.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이들 기업은 최저 1000만원대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업계 관계자는 “중국 휴머노이드는 글로벌 기업이 제조하는 1억원 안팎의 로봇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태양광, 배터리 등 기존 산업처럼 저가 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엽/김우섭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