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일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고 건강해야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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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장례와 관련해서 예전에는 매장이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요즘은 화장을 해서 납골당에 모시거나 또는 수목장이 대세가 되고 있다. 매장을 하는 경우 벌초를 하거나 성묘를 하러 조상님들 묘소를 찾게 되지만, 납골당이나 수목장은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필자의 중학교 동창이 제법 큰 공원묘원을 운영하고 있어서 가끔 그곳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 수십만 평에 조그마한 묘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이미 다 분양되어 앞산으로 더 넓히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살아온 사연이야 모두 다르겠지만, 망자들이 누워있는 공원묘원은 아무런 기척도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이곳에서 친구는 굴삭기 기사도 되고, 작업 인부도 되고, 과수원지기도 된다. 스스로 작업반장이라고 하면서 힘든 일을 도맡아서 하다 보니 허름한 작업복에 털털한 미소가 일품이다. 왜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그러냐고 하면, 그 친구는 이렇게 일을 하니까 건강하고, 묘지 주인인 망자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것도 즐거워서 신나게 하니까 힘도 덜 든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떤 일이든 일을 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얘기도 곁들인다.일을 한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이고, 움직인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건강하니까 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일을 하니까 건강한 것도 사실이다. 힘든 일이건 어려운 일이건 일이 있다는 것은 육체건강과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책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있어야 활력을 찾게 된다. 그냥 놀기만 하면 육체적 활력 자체가 사라진다. 적당한 긴장감에 대한 사례로는 청어수송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런던 시민들은 신선한 청어를 좋아해서 북해에서 수족관에 넣어 장거리 수송을 했는데, 청어는 먼 여행에 기진맥진해서 거의 탈진 상태가 된다. 그런데 수족관에 커다란 숭어 한 마리를 넣어주면 숭어가 청어를 잡아먹으려고 쫓아다니면서 적절한 긴장감이 유지되고 결국은 싱싱한 상태로 런던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기타 줄도 적당한 조율로 알맞게 팽팽해야 제대로 소리가 난다. 너무 느슨해도 소리가 나지 않지만, 반대로 너무 세게 감는 경우 기타줄 자체가 끊어지는 낭패를 보게 된다. 사람도 적당한 긴장 속에서 알맞은 움직임이 있어야 육체적, 정신적 균형을 찾게 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경우 삶의 의욕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일을 하게 되면, 심장이나 뇌의 순환기 계통에 무리를 주게 되고, 자칫 과로사로 이어질 위험도 상존한다. 적당한 일과 적당한 휴식, 그리고 적당한 정도의 수면시간이 건강을 유지하는 기본이 된다. 그래서 노동법에서는 주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과 1주 최대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최대근로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장시간 근로는 육체적, 정신적 긴장감이 과도해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 등 순환기 계통이 고장 나는 것이다.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이 바로 장수의 비결이다. 그러니 공원묘원의 작업반장인 친구의 말대로 일이 있다는 것,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신나는 일이다. 반드시 돈 버는 직업으로서의 일뿐만 아니라, 봉사활동이든 친목활동이든 움직일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내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활동을 한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것이고, 건강하면 다시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다. 돈이 필요해서 일을 하다보면, 일이 좋아지게 되고, 더 나아가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소속감도 커지게 된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또 하나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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