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실망스런 전기차 인도 성적…머스크 정계 진출 영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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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작년 차량인도 179만대글로벌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연간 차량 인도 대수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며 주가가 6% 하락했다. 전날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가 사상 최고 전기차 판매 실적을 기록한 만큼, 둔화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더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11년 이후 첫 연간 감소
유럽·중국서 경쟁 격화
주가 6% 하락
○유럽·중국서 경쟁 직면
2일(현지시간) 테슬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연간 178만9226대를 인도했다고 밝혔다. 전년 인도량(180만8581대) 대비 1.07%(1만9355대) 감소했다. 연간 인도량이 감소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짚었다. 앞서 테슬라는 실적 가이던스에서 연간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해 181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공개했다.지난해 4분기 차량 인도량은 49만5570대로 전년 동기(48만4507대) 대비 2.3%(1만1063대) 증가했다. 시장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49만8000대)는 밑돌았다.경쟁 업체들이 유럽에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면서 4분기 테슬라의 유럽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테슬라는 유럽에서 28만3000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4% 줄어든 수치다. 특히 작년 11월 유럽 내 등록 건수는 1만8786건으로 1년 전(3만1810건)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중국 시장에서도 압박받고 있다. 자동차산업 데이터 분석회사 오토포캐스트 솔루션의 샘 피오라니 부사장은 “모델 Y가 중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모델이지만 판매량이 시장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작년 11월까지 모델 Y의 판매량이 약 5% 늘어났지만, 중국 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8% 증가했다”고 말했다.반면 중국 경쟁사 BYD의 경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BYD는 지난해 12월 순수 전기차 20만7734대를 판매해 월간 기준 최대치를 나타냈다. 지난 한 해 동안 판매한 순수 전기차는 총 176만대로 테슬라를 추격하고 있다. FT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도 이룬 성과”라고 전했다.
○“트럼프 수혜주라도 실적 뒷받침돼야”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와중에 테슬라는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대선(11월 5일) 이후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새 행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대선 이후에만 주가가 60% 급등했다. 하지만 이날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차량 인도 성적을 발표하자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는 6.08% 하락한 379.28달러에 마감했다.테슬라의 실망스러운 성적이 머스크 CEO의 정계 진출과 관련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피오라니 부사장은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보낸 이메일에서 “머스크의 정계 진출이 핵심 사업(전기차)에서 그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게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블룸버그 통신은 “(테슬라의 성적은)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도전 과제를 냉정하게 일깨워준다”며 “머스크 CEO와 트럼프 당선인의 긴밀한 관계가 최근 몇 달간 테슬라 주가를 급등시켰지만, 미지근한 소비자 수요는 전기차 판매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는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추진으로 더욱 악화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CNBC는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칩 개발에 투자했고 2027년 이전에 전용 로보택시를 생산하고 무인 승차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머스크 CEO와 주주들은 테슬라를 단순한 자동차 회사로 보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수익은 여전히 차량 판매에서 나온다”고 평가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