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권도형, 美서 혐의 전면 부인…공소장 6배로 늘어

사진=로이터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34)가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2023년 권 씨에게 제기한 8가지 혐의에 자금 세탁 혐의까지 추가하고 공소장을 6배로 늘리는 등 강한 처벌을 촉구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 씨는 최근 미국 맨해튼에 있는 남부연방법원에 출석했다. 지난달 31일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가 된 뒤 열린 첫번째 재판이다. 남부연방법원은 작년 초 ‘가상 화폐 거래소 FTX 사기 사건’ 재판이 열린 곳이다. 당시 법원은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2)에게 징역 25년 형을 선고하고 110억2000만달러(약 16조2760억원)의 재산 몰수를 명령했다.검찰은 이날 법원에 공소장을 내면서 자금 세탁 혐의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검찰이 2023년 3월 그를 기소할 때 공소장은 12쪽 분량·7개 혐의였는데 증권사기·시세조작·사기공모 등 8개 혐의와 공소장도 79쪽 분량으로 대폭 늘어났다.
권씨가 출석한 뉴욕 남부 연방법원 입구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이날 제출한 공소장에서 권씨의 행태를 비판했다. 검찰은 “권씨는 2021년 5월 투자자들에게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코인의 가치가 떨어져도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거래가 잦았던 거래 회사가 수백만 달러의 토큰을 몰래 매수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했다.

권 씨는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법정 화폐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 화폐)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테라의 성장은 대부분 권씨의 뻔뻔스러운 속임수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2022년 5월 테라의 가치가 떨어졌을 때 코인 트레이딩 회사가 ‘이번에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권 씨가 창업한 테라폼랩스는 2019년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와 보조 코인인 루나를 개발했다. 2022년 5월부터 테라와 루나의 가치가 갑자기 폭락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50조원 이상의 투자 손실을 봤다. 2022년 4월 한국을 떠나 도피 생활을 하던 그는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된 뒤, 1년 9개월 만인 지난달 말 미국으로 송환됐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