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인간벽 치고 공수처와 2시간 넘게 대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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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께 출발, 8시께 정문 통과했지만
경호처·군부대 저지에 영장 집행 못해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일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한 지 2시간 넘게 대통령경호처와 대치 중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나흘째인 3일 오전 영장 집행에 착수했다. 공수처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이대환 수사3부 부장검사와 수사관 등 수사팀은 이날 오전 6시14분께 차량 5대에 나눠타고 정부과천청사를 출발해 7시21분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했다. 이들은 경호처가 설치한 바리케이드가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8시2분께 정문을 통과해 관저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공수처는 오전 8시4분께 언론에 “영장 집행을 시작했다”고 공지했다.이날 영장 집행 초반에는 공수처 검사·수사관 30명, 경찰 특별수사단 120명 등 약 150명이 투입됐다. 이 중 공수처 수사팀 전원과 경찰 50명 등 80명이 관저에 우선 진입했다. 남은 경찰 70명은 관저 밖에서 대기했다.
그러나 관저 내에서 군부대가 집행을 저지하자 경찰은 인력 수십 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군부대는 관저 외곽 경호 임무를 맡고 있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으로 추정됐다. 55경비단의 지휘통제 권한은 대통령경호법 등에 따라 경호처에 있다. 경호처는 관저 내에서 미니버스와 수십 명의 인력을 동원해 ‘인간벽’을 두르는 방식으로 관저 안에 1, 2차 저지선을 쳐 영장 집행을 막았다.공수처·경찰이 저지선을 뚫는 과정에서 경호처 직원들과 몸싸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차 저지선까지 뚫린 건 오전 10시 무렵이었다. 공수처·경찰은 건물 앞까지 진입해 박종준 경호처장에게 체포·수색영장을 제시했지만, 박 처장은 경호법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한다고 맞섰다.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까지도 체포영장 집행이 “위헌·불법”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 변호사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위헌·위법적 영장을 공수처가 집행하고 이에 경찰이 협조했다면 공수처와 경찰은 형법 제124조에 규정된 불법체포죄를 저지른 것이고, 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면 독직폭행 및 공무집행방해죄를 자행한 것”이라며 “현행범으로 경호처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영장 없이 공수처·경찰을 체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그를 외곽에서 지원하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현 시국 상황에 대해 아무런 사법적 평가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개 판사의 근시안적 판단에 불과한 체포영장에 근거해 현직 대통령을 체포·구금할 경우 그 자체로 파장이 크다”며 “검찰도 하기 힘든 내란죄 수사를 수사 인력이 부족한 공수처가 이렇게 경박하고 무도하게 진행해선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